[스토리세계] 전국 239개 학교에 선 ‘작은 소녀상’을 아시나요?
2016년 11월17일, 강원 홍천의 팔렬고등학교가 교내에 설치한 ‘작은 소녀상’. 팔렬고 제공 |
“학생들이 교과서에서 접하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피부로 느낀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역사수업도 되었고요. 동북아 시대의 평화·인권 문제로도 생각 폭이 넓어진 계기였습니다.”
강원 홍천의 팔렬고등학교 역사담당 주윤 교사는 지난 7일 세계일보에 보낸 서면에서 ‘작은 소녀상(이하 소녀상)’이 교내에 설치되던 날을 이렇게 떠올렸다. 2016∼2018년 팔렬고를 포함해 전국 총 239개 학교(초등 5개교·중등 24개교·고등 210개교)에 설치된 소녀상은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 선 ‘평화의 소녀상’과 같은 모양이지만 가로·세로 30㎝ 크기의 미니어처격인 이유에서 작은 소녀상으로 불린다.
2016년 11월17일, 강원 홍천의 팔렬고등학교 학생들이 ‘작은 소녀상’ 제막식을 연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맨 오른쪽은 상승규 팔렬고 교감. 팔렬고 제공 |
◆전국 239개교에 선 ‘소녀상’…채소와 삼겹살로 소녀상 세운 팔렬고
전교생 50여명의 대안학교인 팔렬고는 2016년 11월17일, 강원도 최초이자 전국에서 25번째로 소녀상을 교내에 설치했다. 설치 프로젝트는 팔렬고에 앞서 그해 서울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가 수도권 고등학교 여러 곳에 소녀상 건립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프로젝트 소식을 듣고 수도권뿐만 아니라 충청도, 경상도, 전라도 등 전국적으로 동참한 학교가 많아지면서, 100개였던 소녀상 건립 목표 개수는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239명)와 같은 수로 변경됐다. 최근 일본의 대응으로 논란이 된 국제 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평화의 소녀상’을 출품한 김운성 작가가 당시 제작에 힘을 보탰다.
팔렬고의 소녀상 건립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이화여고 제안을 받았지만, 전교생 수로는 소녀상 제작비(50만원) 모으기도 어려워서다. 지리 요건 상 다른 지역으로 모금운동 다니기도 쉽지 않았다.
2016년 11월17일, 강원 홍천의 팔렬고등학교가 교내에 설치한 ‘작은 소녀상’. 팔렬고 제공 |
팔렬고는 텃밭에서 수확한 가지·고추를 팔아 얻은 돈(30만원)에 역사동아리 ‘두메꽃’ 학생들이 교내 축제에서 음식 팔아 얻은 수익금을 합쳐 제작비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소녀상 건립에 그치지 않고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에도 두 차례 참석했으며, 원주 진광고 등 도내 고교가 소녀상을 세울 때는 공동 모금운동도 펼쳤다.
소녀상은 두메꽃과 또 다른 역사동아리 ‘자율’이 관리한다. 학생들은 학교 방문객들이 소녀상에 대한 설명을 잘 볼 수 있도록 교내 게시판 구석에 소개 코너도 마련했다.
주씨는 소녀상에 우리 역사교육의 나아갈 방향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녀상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삶을 본다”며 “(학생들이) 일본 과거사 문제나 전쟁·국가폭력에서의 여성 인권 등을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선량한 일본인과 정치인을 분리하고 무조건적인 일본 혐오를 지양해야 한다”며 “(한일 양국이) 서로를 이해하게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이화여고 도서관에 2016년 설치된 ‘작은 소녀상’. 사진은 지난 6일 촬영. |
◆“‘한일 위안부 합의’로 소녀상 고민…문제 더 널리 알릴 수 있었죠”
팔렬고 답변을 받기 하루 전날(6일) 이화여고에서 만난 ‘주먹도끼’ 학생들은 시간이 흘러 소녀상 세웠을 때의 선배들은 없지만, 그동안 꾸준히 전해온 이야기를 들은 덕분인지 당시 상황을 자세히 기억하고 있었다.
동아리 부회장 정유빈(16)양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인 2015년 12월28일 한일 양국이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한 후, 학생들이 소녀상 건립을 고민했다”며 “전국 100개 학교에 소녀상이 세워진 후, 위안부 피해 할머니(239명)와 같은 숫자로 (최종) 목표가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회장 김민지(17)양은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를 더 잘 알고 오랫동안 기억하는 계기가 됐다”고 ‘소녀상 건립’ 영향을 분석했다. 관심이 덜했던 이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자세히 알렸고, 이러한 활동은 시간이 지나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는 거다. 민지 양은 “(많은 학생들이) 위안부 문제에 관심은 있지만 어떻게 행동할지 고민하는 상황에서 ‘함께 하자’는 제안으로 참여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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