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녀상 되기’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한 로자리아 이아제타가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유감을 표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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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을 보면서 이 조각이 탄생하기까지 작가가 고심한 흔적들, 정치적인 개념을 구현한 노력을 느낄 수 있었어요. 이런 창작물 전시를 막았다니 말도 안 됩니다!”
로자리아 이아제타는 이탈리아 나폴리의 미술대학 교수이자 조각가, 예술가다. 지난해 9월 여러 여성 예술인을 인터뷰하기 위해 한국에 방문한 적도 있다. 그 외엔 한국과 그다지 깊은 인연은 없었다. 그가 불을 지핀 ‘평화의 소녀상 되기’ 운동이 국경을 넘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해시태그(#)를 달기 전까지는 그랬다. 이아제타는 8일 한국일보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 여성’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예술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거듭 강조했다.
사건의 발단은 검열이었다.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에서 열린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는 지난 3일 밤 강제로 중단됐다. 이튿날, 자신이 구독 중인 예술 웹진을 통해 이 소식을 알게 된 이아제타는 “위안부 피해 여성을 기리는 조각상이 ‘위협적인 표현물’로 취급받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며 “분노가 일었고 예술가로서 마냥 지켜볼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아제타는 참지 않았다.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우리가 소녀상이 됩시다”라며 빈 의자 옆에 앉아있는 자신의 사진을 인스타그램과 트위터를 통해 공유했다. 해시태그로 ‘평화의 소녀상’, ‘아이치 트리엔날레’ 등을 달며 동참도 호소했다. 이아제타는 “위안부 피해 여성은 실재하고 잊히면 안 될 역사적 사실”이라며 “진실을 말하는 예술가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3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에 놓인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일본 시민들이 관람하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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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상 되기’ 해시태그가 전 세계 SNS에서 이렇게 퍼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아제타가 자신의 트위터 피드에 올린 ‘소녀상 되기’ 사진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증언이 담긴 게시물 댓글에는 한국인들이 영어로 고마움을 표현하며 일본군 위안부의 진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아제타는 “생존해계신 할머니들의 사진을 보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었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사랑과 진심을 다해 인간적으로 변할 것을 촉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아제타는 ‘소녀상 되기’ SNS 운동을 시작하기 전부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 여성뿐만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에게도 일어난 비극”이라고 했다. 이아제타는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한국인 여성들에게 두 배 아프게 다가올 것”이라며 “아직 역사책에 제대로 쓰이거나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요집회’ 등 생존한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활동에 대해 “아시아에서 시작한 가장 강력하고 거대한 여성 인권 운동”이라고 표현했다.
이아제타는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이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거부하면서 소녀상이 가진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키웠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인들이 부정해온 평화의 소녀상은 오늘날 가장 주목받는 상징물이 되었다”며 “우리가 각자 다른 나라에서 스스로 소녀상이 된 사진을 공유하며 계속 소녀상의 의미를 되새기는 현상이 벌어져서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해 이아제타는 “단순히 저항의 상징을 뛰어넘는다. 우리가 글과 예술, 열정을 총동원해 미래세대에게 진실을 교육하는 책임을 다하도록 만드는 가치”라고 표현했다. 그는 또 “그들이 겪은 삶은 매우 고통스러웠고 언젠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 끊임없이 진실을 알리려던 할머니들의 노력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라고도 했다.
평화의 소녀상 조각가 김운성,김서경 부부. 고영권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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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제타는 자신을 응원해준 한국인들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했다. 특히 ‘평화의 소녀상’ 작가인 김서경, 김은성 작가를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행동하는 한국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진실을 알리는 행동에 동참할 수 있어서 영광”이라고 밝혔다. 또 김서경, 김운성 작가에겐 “포기하지 않길 바란다. 모두가 소녀상을 기억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시작한 ‘소녀상 되기’ 해시태그 릴레이가 SNS, 온라인 공간에서 끝나선 안 된다고 했다.
“가능한 한 빨리, 소녀상 전시를 재개하거나 다른 나라에서라도 이 중요한 전시를 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피해 여성과 여성 인권에 관한 역사적 진실이 제대로 알려질 때까지 전시는 계속돼야 합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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