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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강동구 소녀상 모델 “희망찬 느낌줘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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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월14일 기림일 맞아 강동·송파 제막식…강서·영등포는 막판 난항

강동구 소녀상 모델 17살 박세희양…17개구에서 소녀상 1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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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강동구청 앞에 소녀상이 생깁니다. 시민 힘으로 만들어져 더 뜻깊습니다.”

지난 4일 일요일 강동구 이마트 천호점 앞 광장. 한낮 기온 35도를 넘는 찜통더위 속에서 강동구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강동구소녀상건립추진위)의 45회차 캠페인이 열렸다. 12명의 추진위원이 돌아가며 마이크를 잡고 소녀상의 건립 취지와 과정을 알렸다. 안내책자(팸플릿)를 나눠주며 참여 방법을 설명하기도 하고, 손팻말을 들고 서 있기도 했다. 이날 청년들, 중년 여성들, 노부부 등 30여 명이 모금에 참여했다. 최형숙 공동추진위원장은 “지난해 9월부터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일요일마다 캠페인을 열고 있다. 중·고등학생회의 자발적 참여가 이어지면서 조만간 목표액 5천만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이다. 현재 서울엔 17개 자치구에 19개가 있다. 대부분 시민단체 등이 나서서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모금해서 만들었다. 첫 소녀상은 2011년 12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천 번째 수요집회를 맞아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세웠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와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가 만들었다. 이후 한 해 한 곳 정도 추가되다, 2015년 한일위안부 합의 전후로 해마다 3곳 이상씩 늘었다. 올해는 강동·송파·강서·영등포구 등에서 추진되어, 강동과 송파는 건립이 확정됐다.

강동과 송파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에 맞춰 오는 14일 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강동의 제막식은 구청 열린뜰에서 열린다. 건립추진위원들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행사로 문화공연이 곁들여진다.

강동의 소녀상 모습은 지역 청소년의 얼굴을 담았다. 공모로 선정된 이행균 작가는 추진위원들과 협의해 강동 10대 소녀 얼굴을 한 소녀상을 만들었다. 얼굴 모델이 된 박세희(17) 청소년추진위원장은 “꼭 제 얼굴이라기보다 또래 친구들 모습이라 친근하고, 한 손은 펴 앞으로 나가는 듯 희망찬 느낌을 줘 좋다”며 “우리가 소녀상이라는 생각도 들고 의미 있는 일에 동참할 수 있어 기쁘다”고 했다. 박양은 “사람들이 소녀상을 보면서 오랫동안 기억해 일본으로부터 꼭 사과를 받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위정량 건립추진위 집행위원장은 “건립 뒤 청소년지킴이 활동을 지원하며, 평화와 인권 교육 사업도 이어갈 계획이다”고 했다.

송파의 소녀상은 책박물관 앞 정원에 세운다. 정원 전체를 평화와 기억의 공간으로 꾸며 소녀상의 뜻을 기리게 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보인고등학교 역사동아리 학생들이 박성수 송파구청장에게 소녀상 건립을 건의했다. 박 구청장이 적극적으로 나서 민관이 손잡고 송파평화의소녀상추진위원회를 올해 1월 만들었다. 그간 모금과 역사기행 등의 문화행사를 해왔다. 박 구청장은 “청소년과 구민의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의지와 인권을 소중히 하는 마음, 평화에 대한 소망이 담겼다”며 “아픈 역사를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공감과 공유의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강서와 영등포는 준비를 거의 마쳤지만 복병을 만나 건립에 난항을 겪고 있다. 강서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는 3년 전부터 활동했고 올해 목표 모금액을 채웠다. 조형물 제작도 마무리 단계로, 8월 제막을 계획했다. 하지만 건립 장소가 문제가 됐다. 예정지인 마곡유수지 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의 도시개발사업)가 늦어져 제막일을 또 미루게 됐다. 권현주 건립추진위원회 사무국장은 “주민이 뜻을 모아 모금해 만든 소녀상이 지역에 세워지기 위해서는 행정의 적극적인 태도가 꼭 필요하다”며 아쉬워했다.

의자 앉은 모습 절반가량…소녀상 형태 다양해져

강동, 45주 연속 캠페인 펼쳐 시민모금

송파, 고등학생들 제안에 구청장 나서

기존 소녀상 일부, 관리 주체 불명확

“공공 조형물 등록으로 훼손 예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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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회는 지난해 준비 활동을 거쳐 올해 1월에 꾸려졌다. 그간 캠페인과 모금 활동을 펼쳐왔고, 구의회도 지난 3월엔 소녀상 건립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최근 구의회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념사업 지원 조례’ 제정안을 보류하면서 사업은 난관에 부딪혔다. 소녀상을 세울 공간 기반 조성을 지원하는 구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배기남 건립추진위 상임대표는 “예상치 못한 일이라 매우 유감스럽다”며 “하루빨리 구의회가 조례를 제정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배 대표는 “구청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건립을 이뤄내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자치구 소녀상은 건립 주체, 장소, 조형물 형태 등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건립 주체가 대체로 시민단체·종교단체 등이지만, 자치구가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해 직접 건립(노원구)하거나 고등학생(중구), 대학생(서대문구)들이 주도해 만든 곳도 있다. 지역 소녀상 건립에 조언해온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소녀상은 건립 그 자체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던지는 평화의 메시지가 알려지고, 주민이 참여해 공공의 문화유산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조형물의 절반 이상은 김운성·김서경 부부 작가의 작품으로, 의자에 앉은 좌상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디자인은 건립 주체의 의견에 따라 다양해지고 있다. 서대문의 소녀상은 입상으로 두 팔을 활짝 펼친 소녀가 나비 날개를 단 모습이고, 강북의 소녀상 받침대엔 헌법 제10조 국민의 행복추구권 조문을 담았다. 성북엔 중국 작가가 함께해 한국과 중국 소녀상이 나란히 앉아 있다. 몇 년 전부터는 공모로 작가를 선정해 주민들의 의견을 조형물 디자인에 반영한 곳도 늘고 있다. 윤미향 이사장은 “소녀상은 공공의 성격을 가진 작품이기에 작가도 참여자의 한 사람이다.” “참여 주민의 뜻과 바람이 반영돼 다양한 모습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소녀상 유지와 관리 방식도 제각각이다. 건립 장소가 구유지, 시유지, 사유지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구청 광장(금천·강동), 구민회관(도봉), 구립도서관(마포), 구 역사공원(노원) 등은 해당 기관이 유지와 관리를 한다. 하지만 공원, 지하철역 광장, 길가 등은 시유지로 관리 주체를 두기가 쉽지 않다. 구청이나 동주민센터가 임의 관리조차 하지 않아 방치되는 곳도 있다. 강북과 같이 관리 유지를 위한 시민모임 만들기에 나서는 곳도 있다. 은평 역시 건립 때부터 사후 관리를 고민해 올해 1주년을 맞아 보존회를 출범시키려 한다.

철거 여부로 논란이 일었던 종로의 소녀상은 종로구가 2017년 7월 공공조형물로 지정해 이전과 철거를 함부로 할 수 없게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종로의 소녀상은 소유기관인 정의기억연대가 유지와 관리를 하되 이전과 철거 등은 소유기관에 통보하고 구의 도시공간예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윤미향 이사장은 “공공조형물로 등록해 훼손을 예방하고, 지자체가 예산을 마련해 교육, 강연 등의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현숙 선임기자 hslee@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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