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문화예술센터 밖에서 일본 시민들이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 중단을 비판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 나고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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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소녀상’이 출품된 일본 국제예술제 측에 방화 협박문을 보낸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됐다.
8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이치(愛知)현 경찰은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소녀상이 출품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전시에 대해 팩스로 협박문을 보낸 홋타 슈지(堀田修司) 용의자(59)를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용의자는 지난 2일 소녀상이 전시된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예술문화센터에 “서둘러 철거하지 않으면 휘발유통을 갖고 전시관을 방해할 것”이라는 내용의 팩스를 보내 전시를 중단시키는 등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회사원인 용의자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앞서 트리엔날레 주최 측은 지난 3일 항의·협박 전화가 쇄도해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소녀상이 출품된 전시를 중지시켰다.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테러 예고나 협박 전화 등도 있고,‘가솔린통을 들고 가겠다’는 팩스도 들어왔다”며 “안심하고 즐겁게 감상하는 것을 제일로 생각해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아이치현은 이와 관련해 지난 6일 경찰에 피해 신고서를 냈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팩스가 아이치현 이치노미야(一宮)시의 한 편의점에서 보내졌다는 점을 확인, 방범 카메라 등을 조사하면서 홋타가 용의자로 부상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과는 별도로 지난 7일 아이치예술문화센터 내부 엘리베이터에서 ‘휘발유다’라고 말하며 액체를 경찰관의 발에 뿌린 남성을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한편 트리엔날레 주최 측이 외부 압력으로 전시를 사흘 만에 중지한 것을 두고 학계와예술계, 시민사회 등에서 비판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헌법학자, 예술 전문가 등 일본 시민들이 만든‘표현의 자유를 시민의 손에 전국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는 전날 도쿄 중의원 의원회관에서 집회를 열고 “이번 사태는 일본이 표현이 부자유한 사회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한 것”이라며 전시 중단 철회를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성명에서 “문제시할 것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혐오 범죄와 석유 테러 협박이란 범죄 행위”라며 “이런 협박에서 표현의 자유를 지켜야 할 행정 기관이 오히려 전시를 중단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 이는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검열이다”고 비판했다.
‘표현의 부자유전’ 재개를 요구하는 아이치시민모임도 같은날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예술작품이 협박과 헌법 규범을 일탈한 정치가들의 공갈에 의해 중지되고 말았다”면서 전시 재개를 요구하는 요청문을 오무라 지사에게 제출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미술평론가연맹도 “표현의 자유라는 민주주의 기본이념이 근본에서부터 부정됐다. (트리엔날레) 개시 당초의 모든 전시를 되찾을 수 있는 사회적 상황이 정비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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