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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IF] [사이언스 샷] 주사 무서워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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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삿바늘의 공포에서 벗어날 길이 열렸다. 배원규 숭실대 교수와 정훈의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공동 연구진은 지난 1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독사의 어금니에 착안한 기술로 피부 안으로 약물을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패치(부착제)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어금니가 입 뒤쪽에 있는 뒷어금니독사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어금니에는 위아래로 미세한 홈이 나 있다. 독사가 먹이를 물면, 침샘에 있는 독이 어금니의 홈을 따라 피부 안으로 수초 만에 스며든다. 액체가 좁은 틈을 따라 이동하는 현상인 이른바 '모세관 현상'이다. 덕분에 독을 주입하는 힘이 따로 필요 없다.

조선비즈

독사 어금니를 모방한 미세 바늘들이 배열된 패치(왼쪽). 기존 주삿바늘(오른쪽)보다 훨씬 작아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건드리지 않는다. /숭실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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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독사의 어금니처럼 파인 홈을 가진 미세 바늘 구조체를 투명한 묵 형태 물질인 하이드로젤로 만들었다. 바늘은 굵기가 머리카락의 두세 배 정도인 지름 0.2㎜, 길이는 0.6㎜다. 기존 주삿바늘보다 훨씬 작아 피부에서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를 건드리지 않는다. 가로 세로 각각 1㎝ 크기의 약물 전달 패치에는 이 구조체가 100여 개 배열됐다. 패치를 몸에 붙이기만 하면 약물이 미세 바늘의 홈을 따라 피부 속으로 저절로 전달된다. 구조체 하나하나가 주사기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실험용 설치류인 기니피그에게 패치를 부착해 약물이 전달되는 것을 확인했다. 전달 시간도 5초로 매우 짧았다. 연구진은 "주사기처럼 피부에 바늘을 꽂고 약물을 밀어 넣을 필요 없이 패치만 붙였다 떼면 된다"고 말했다.

기존 미세 바늘 패치의 한계점도 극복했다. 앞서 개발된 패치들은 약물을 고체 형태로 만들어 사용했다. 하이드로젤 형태로 만들어진 약물이 피부에 들어가 녹는 원리였다. 하지만 백신 등 대부분 약물은 액체 형태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패치는 액상 약물을 전달할 수 있다. 배원규 교수는 "이 패치를 활용하면 당뇨 환자용 인슐린 등 다양한 약물뿐 아니라 화장품 성분도 피부 안쪽까지 전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지한 기자(jhyo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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