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트롯' 신데렐라 중 한 명인 정다경은 소속사와 계약해지를 둘러싸고 분쟁 중이다. 소속사가 "투자해서 키운 죄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표하자, 정다경 측은 "애초 소속사 결함으로 잘못 맺은 계약관계를 바로잡으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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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계약분쟁 논란'...최근 '미스트롯' 흥행 후 재촉발
[더팩트|강일홍 기자] 꼭 10년 전인 2009년 인기그룹 동방신기 일부 멤버(김재중, 박유천, 김준수)가 소속사 SM 측과 법정공방을 벌이면서 이른바 '연예계 노예계약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분쟁의 원인이 된 전속 계약 등과 관련해 이들 3인의 손을 들어줬다. SM 측이 소속 연예인과 전속계약 기간을 데뷔 일로부터 10년 이상으로 정하고 계약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투자액의 3배와 잔여기간 수익의 2배를 배상하도록 한 것은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내용이었다.
SM을 공정위에 신고해 불공정 결정을 이끌어낸 이들은 'JYJ'란 별도 그룹으로 활동하며 동방신기에 버금가는 인기를 그대로 이어갔다. 사실 노예계약 논란은 이보다 4년 앞서 개그계에서 먼저 촉발됐다. 개그맨 출신인 박승대는 2005년 스마일 매니아란 소속사를 운영하던 중 소속 개그맨 14명과 계약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당시 '노예 계약 논란'은 연예계 안팎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고, 사회적 이슈로 공론화한 뒤 연예계의 불공정 계약 관행을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두 차례 홍역을 치른 뒤 공정위가 실태조사에 나서고, 소속 연예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불공정 약관에 대해 기획사들이 자진 시정 조치하는 방안과 함께 표준계약 약관을 도입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총 20개 중소형 연예기획사 230명의 연예인 전속계약서를 검토한 결과, 과도한 사생활 침해조항, 직업선택자유 침해조항, 홍보활동 강제 및 무상 출연 조항 등 8개 유형 91개의 불공정 계약조항을 확인했다. 이를 근거로 대중문화예술인(가수/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를 공시했다.
'사당동 떡집 딸' 김소유(맨 왼쪽)는 법적분쟁 직전 소속사에 위약금을 내고 전속계약을 해지했다. 송가인도 홍자도 '미스트롯' 출범 직전 소속사와 갈등을 빚고 결별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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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안 잠잠하던 '연예계 계약분쟁 논란'...최근 '미스트롯' 흥행 후 재촉발
SM이라는 거대기획사의 분쟁 상황을 직접 경험한 연예계는 고질적인 갈등의 소지를 없애고 단절하는 계기로 삼는다. 덕분에 표준전속계약서는 권고형임에도 비교적 빠르게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계약 기간은 공정위가 제시한 '7년'이라는 마지노선이 금과옥조처럼 굳어졌다. 설령 양측의 합의로 7년을 초과해 계약했더라도 7년이 지난 뒤엔 기존 계약서의 해지를 용이하게 함으로써 출구를 터놨다. 기획사의 부당한 요구를 거절하거나 손해배상청구 주장도 가능하다.
물론 이전에도, 지금도 모든 계약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왜 분쟁이 생길까. 전속계약 내용과 결부된 갈등은 상황이 바뀌면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아티스트가 신인 때는 기획사가 갑이지만, 인기가 오르며 인지도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갑과 을의 위치가 뒤바뀐다. 신분과 처지가 바뀌었는데 계약서는 그대로이니, 언밸런스로 인한 불편함이 결국 갈등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와 다르다'는 우스갯소리가 통용되는 이유다.
반복되는 갈등과 불편함을 어느정도 해소하고 절충하려는 시도가 바로 계약기간 동안 수익배분율 안배다. 첫 계약 당시부터 향후 얻을 수익에 대해 쌍방이 납득할 수준의 합리적인 몫으로 아예 명시하는 방식이다. 일부 트로트 기획사는 가수와 합의해 첫 3년은 6(기획사)대4(가수), 다음 2년은 5대5, 그 다음 2년은 4대6으로 계약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상황에 따라 갈등은 피하지 못한다. 한동안 잠잠하던 연예계 계약분쟁 논란이 최근 '미스트롯' 흥행과 함께 맞물리며 불거졌다.
'미스트롯' 흥행 대박은 하루아침에 무명가수들의 위상을 바꿔놨다. 사진은 미스트롯 인천콘서트 당시 멤버 하유비와 박성연, 김나희, 두리, 숙행, 송가인, 김희진, 김소유, 정다경, 강예슬, 홍자, 정미애(왼쪽부터). /남용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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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신과 갈등 왜?...처지 달라지면 상대 배려보다 내 입장 먼저 생각이 원인
"TV조선 미스트롯에서 4등을 한 정다경의 대표입니다. 몇주 전 다경이한테 소속 해지에 대한 내용증명이 왔습니다. '거마비 50만원을 받아놓고 정산을 안해줬다' '정산서를 보내지 않았다' '연습 및 관리를 안해줬다' '임의로 소속사 계약을 옮겼다' 등 어이없고 황당할 따름입니다.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데 소속사가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며 일방 주장한 뒤 저는 을이 됐습니다. 투자해서 키우고 서포트해서 서로 동반 성장하자고 한 바람이 부당한 건가요?"(쏘팩토리 이성훈 대표)
"사실과 너무 다르게 기사가 나오고 악플이 달리는 걸 보고 제가 연결고리로써 그냥 넘어가면 안되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경이는 (인기가) 떠서 회사를 나오려는 게 아니라 대표님 와이프의 깊은 개입이 힘들어서 나오려는 거고 미스트롯 경연을 준비하면서 진행이 미뤄졌던 것뿐입니다. 애초 투자를 많이 한 것도 아니고 미스트롯 이후 행사,공연 등으로 많은 돈을 버셨을 텐데 위약금으로 1억 2000만 원을 내라는건 좀 심한 것같네요."(정다경 데뷔곡 프로듀싱 작곡가 정미선)
동업자끼리는 돈을 못 벌어도 갈라서지만 대박이 나도 깨지게 돼 있다. 아무리 좋은 뜻으로 의기투합해 한 배를 탔더라도 처지가 달라지면 상대방을 배려하기보다는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스트롯' 흥행 대박은 하루 아침에 무명가수들의 위상을 바꿔놨다. 신데렐라 송가인도 홍자도 이전 소속사와 갈등을 빚었고, '사당동 떡집 딸' 김소유는 법적분쟁 직전 소속사에 위약금을 내고 합의 결별했다. 결별은 늘 상대적이지만, 어느쪽이든 욕심이 과하면 반드시 탈이 난다.
ee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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