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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전라도 주말 여행] ① 장성 축령산 편백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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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두 배 넘는 크기…‘치유의 숲’으로 불려

춘원 임종국 선생, 편백·삼나무로 거대 숲 조성

장·심폐기능 강화…스트레스 완화에 효과 만점

[편집자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여행은 일상의 매듭을 끊어내고 새로움을 선물한다. 낯선 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 새로운 시간이 탄생한다.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인심이 가득한 전라도. 전라도 산천의 아름다움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진다.

화려하지 않은 담백한 미감(美感). 많은 이야기를 품은 역사적인 장소들. 가까이 있어서 친한 벗처럼 훌쩍 다녀올 수 있는 곳.

배낭 메고 운동화만 신고 연인과 함께 훌쩍 떠날 수 있는 주말 여행지 5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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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두 배 크기가 넘는 축령산 편백숲. 사진=장성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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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백은하 기자] 새벽의 여름숲. 햇빛이 수풀을 뚫고 들어올 때, 숲은 싱그런 초록빛으로 반짝인다.


전남 장성군이 품고 있는 보물 축령산을 만나기 위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승용차들은 쌩쌩 달렸고 호남고속도로변에는 ‘자미화(紫微花)’라고도 불리는 붉은 배롱나무꽃이 남도의 들녘을 수놓고 있었다.


‘옐로우시티 장성’ 표지석을 지나고 ‘필암서원’을 지나 축령산에 도착했다.


여름 피서로 모래해변이 있는 해수욕장도 좋고 아이들과 물놀이를 할 수 있는 워터파크도 좋다. 하지만 배낭 속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넣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천천히 걷는 숲 여행은 가장 빠르게 몸과 마음을 회복시킬 수 있는 피서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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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게 뻗은 편백나무들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전북 고창과 경계를 이룬 장성 축령산 일대에는 수십 m씩 곧게 뻗은 편백나무, 삼나무, 낙엽송 등 상록수림대 1148㏊가 울창하게 조성돼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편백숲이다. 편백숲의 넓이만 무려 569㏊다. 여의도의 두 배가 넘는 크기다.


축령산 편백숲은 ‘치유의 숲’이라 불린다. 편백나무는 척박한 땅에서도 별 탈 없이 자라는 순한 나무다. 대신 적은 영양분으로 버티기 위해 미생물을 죽이는 저항 물질인 피톤치드를 끊임없이 토해낸다.


축령산은 편백나무숲이 뿜어내는 피톤치드 삼림욕을 하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를 마시면 장과 심폐기능이 강화되고 호흡기 질환, 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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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숲은 축령산 중턱에 위치해있다. 전남 장성군 서삼면 모암리 682번지, 서삼면 추암리 669번지, 북일면 문암리 500번지, 북일면 문암리 222번지 등에 편백숲으로 드는 출입로가 있다. 어떤 길을 택해도 30여 분은 걸어야 편백숲의 피톤치드를 느낄 수 있다.


서삼면 추암마을을 출입로로 삼았다. 추암마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배낭과 카메라를 챙겼다. 추암마을에는 민박촌과 식당가가 조성돼 있었다.


오전 9시께인데도 가족 단위, 친구 단위의 탐방객들이 천천히 숲길을 오르고 있었다. 혼자서 걷는 이들도 많았다.


추암마을에서 숲을 가로지르는 임도를 따라서 약 1.5㎞를 걸어서 올라가자 ‘장성치유의 숲 종합안내도’가 나왔다. 더 걷자 임종국 선생 추모비와 안내센터가 보였고, 편백숲길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숲은 편백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삼나무도 꽤 많았다. 임도 옆에는 오솔길들이 조성돼 있었다.


곳곳에 쉼터도 조성돼 있어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길 수 있었다. 오솔길은 하늘숲길, 건강숲길, 산소숲길, 숲내음숲길, 물소리숲길, 맨발숲길이라는 이름이 붙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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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객들이 숲을 천천히 걷고 있다.


숲내음숲길로 들어섰다. 초입에서 사슴벌레를 발견했다. 흰 나비들도 풀꽃 위를 날아다녔다. 20여분쯤 걸으니 20~30m에 육박하는 편백나무가 훤칠한 자태를 드러냈다.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었다. 부드러운 능선 위의 소나무들과는 다르게 이국적인 풍경이었다. 숲으로 더 깊이 들어갈수록 시원해졌다. 하늘을 향해 뻗어있는 나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졌다.


피톤치드 냄새가 진동했다. 삼림욕 천국이다. 솔향이 몸을 감싸고, 흙내음이 마음속 깊이 스며들었다. 편백나무의 초록이 빈틈없이 하늘을 채우고 있었다. 온몸에 서서히 푸른빛이 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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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 중턱에 있는 춘원 임종국 선생의 조림 공적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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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 축령산 편백숲은 자연림이 아니고 인공림이다. 춘원 임종국(1915~1987)선생이 6·25전쟁으로 황폐해진 축령산에 1956년부터 1987년까지 21여년간 편백나무와 삼나무 등 253만여 그루를 심고 가꿔 이 거대한 숲을 조성했다.


지난 2002년 산림청에서 258㏊(편백나무 153㏊, 삼나무 37㏊, 낙엽송 50㏊ 등)를 사들여 국유림으로 관리하고 있다.


산 중턱에는 그의 헌신과 열정을 기리기 위해 임종국 선생 공적비가 세워져 있었다. 지난 2005년에는 13년생 느티나무를 심고 수목장을 지냈다. 그는 자신이 평생 가꿨던 숲에 묻혔다.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려왔다. 깊은 숲속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다. 흘러내린 땀을 시냇물로 씻어내고 발을 담그자 순식간에 더위가 사라졌다. 오래 묵힌 피로도 깨끗하게 날아갔다.


광주에서 왔다는 유강수(40)씨는 “휴가를 조용하게 보내고 싶어서 편백숲을 택했다. 2박 3일 동안 민박집에 머무르면서 매일 아침 산을 오를 예정이다”며 “숲길을 천천히 걷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정리가 되고 안정이 된다”고 말했다.


편백숲구간인 안내센터에서 금곡안내소까지 약 1.6㎞이다. 천천히 걸어서 왕복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숲을 걷는다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자연은 인간에게 휴식을 준다. 초록숲은 일에 관계에 지친 우리에게 새로운 활력과 영감을 선물한다.


추암마을 주차장 옆, 식당 ‘백련동 편백농원’에는 된장국과 손두부가 깔끔한 자연밥상이 준비돼 있었다. 1박 2일을 원한다면 창가 가득 초록이 가득한 민박집에서 ‘월든’을 읽으면서 쉬어도 좋을 듯하다.



호남취재본부 백은하 기자 najubongs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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