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질문에 답했을 뿐"이라고 강변
보조금 교부 재검토에 대해선 같은 입장
일본펜클럽 "발언 자체가 정치적 압력"
日 작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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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이 자신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압력을 행사한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2일 스가 장관은 소녀상이 전시됐던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 대해 사안에 따라 중앙정부의 보조금 교부를 중단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큰 논란이 일었다. 국제적인 문화단체인 일본펜클럽은 “발언 자체가 정치적 압력”이라며 스가 장관의 발언이 사실상 전시 중단을 이끌어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스가 장관은 5일 오전 정례 브리핑에서 해당 발언이 전시 중단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절대 아니다. 나는 기자의 질문에 답한 것뿐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당연히 국민의 중요한 세금으로 교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그런 답변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스가 장관은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는 문화청 보조사업으로 채택돼 있지만, 심사 시점에선 구체적인 전시 내용에 대한 기재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향후 처리에 대해선 문화청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에 적정히 대응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스가 장관은 소녀상 전시를 둘러싼 테러 위협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항의나 협박 같은 전화 등이 주최자 사무국에 왔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코멘트를 삼가고 싶다”고 답했다. 다만 “일반론적으로 말하면 폭력이나 협박이란 것은 있어선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일 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손에 '표현의 부자유전' 팸플릿이 들려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실행위원회의 전시 중단 결정에 따라 이날부터 전시장은 닫힌 상태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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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서 소녀상 전시를 포함한 ‘표현의 부자유전·그 후’ 기획전이 전면 중단되면서 일본 내 반발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같은 기획전에 참가한 일본 조각가 나카가키 가쓰히사(中垣克久)는 5일 도쿄신문과 인터뷰에서 “(극우 인사들의) 협박이 있어도 우선 경찰에 얘기하는 것이 좋지 않냐"며 "경비 강화 프로세스를 넘어서 갑자기 중지를 결정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며 “(협박을 받았다고) 이렇게 가볍게 주최자 측이 꺾이는 사례는 내가 아는 한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알고 지내는 화랑 경영자로부터 ‘이런 (일·한 관계가 악화된) 시기에 위안부상 전시는 이상하다. 함께 출품한 당신도 이상하다’는 말을 들었다”며 “그 화랑에서 내년에 갖기로 했던 개인전 개최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전시 중단이 강행된 4일엔 나고야의 전시장 인근에서 일본 시민 등 200여 명이 참가한 항의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태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이라며 소녀상 전시 재개를 강력히 요구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나고야의 시민단체 활동가 하야시 고스케(林晃佑)는 마이니치신문에 “전시가 없으면 작품 내용을 논의할 수 없고, 새로운 생각도 나오지 않는다”며 "비판이 있어도 (전시를) 계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10월 14일까지) 전시회 기간에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 여러 가지 액션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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