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미술관에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전시가 전시 사흘 만에 중단되면서 한·일 양국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전시 중지의 근본 원인은 결국 아베 정권의 탄압”이라며 아베 정권을 규탄하고 나섰다.
정의연은 4일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와 여성 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따리전’과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표현의 부자유展-그 이후’에 참여한 한국 작가 일동과 공동 입장문을 냈다. 정의연은 입장문에서 “전시 중지 결정 하루 전인 2일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전시장을 찾은 후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의 내용 속에 ‘천황제 비판’ ‘야스쿠니 신사 비판’ ‘원전반대’ ‘평화헌법 수호’ 등의 내용이 담겨있음을 ‘지적’하며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하며 전시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이번 전시중단 결정 전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예술제 교부금 지원 여부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발언하며 아이치현 지사의 전시중단 결정에 아베 정권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지적했다.
정의연은 ‘소녀상 전시는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일’이라는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의 발언을 “적반하장의 주장”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정의연은 그러한 주장을 하기에 앞서 제2차 세계대전 기간에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걸쳐 자국이 저지른 불법적인 일본군 ‘위안부’ 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되새기라고 꼬집었다.
일본 정부를 향한 경고도 이어졌다. 정의연은 “소녀상 건립 방해나 철거 압력과 같은 치졸한 방식으로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사실이 없던 일이 되거나 법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며 “오히려 아베 정권이 피해자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현 작태야말로 세계 속에서 일본을 반인권적인 국가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일’임을 하루속히 깨달아야 한다”고 꼬집었다.
부부 조각가 김운성(55), 김서경(54)씨가 만든 소녀상은 지난 1일부터 아이치현 일대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 전시회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전시작품 중 하나로 선보였다가 전시 사흘만인 3일 주최 쪽인 일본 아이치현의 일방적 통보로 전시가 중단됐다. 테러 예고 등 협박성 전화가 잇따른다는 이유였다. 중단 발표 직후 예술전 실행위원들은 “전후 일본 최대의 검열 사건”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트리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다른 한국 작가들도 항의 차원에서 작품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소녀상은 6월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일본군 성노예제와 여성인권’을 주제로 열린 ‘보따리전’에도 전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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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정의연의 입장문 전문이다.
[‘표현의 부자유展-그 이후’ 중단 결정에 대한 입장]
아베정권은 역사적 폭거행위, 전쟁범죄 가해사실 부정행위 즉각 중단하고, 일본군성노예제에 대한 범죄인정, 피해자들에게 공식사죄, 법적배상 이행하라!
지난 8월 1일 시작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프로그램 중 하나인 ‘표현의 부자유展-그 이후’ 전시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의 통보로 8월 3일 오후 6시부터 중지되었다.
오무라 지사는 전시 중지결정 이유로 ‘표현의 부자유展-그 이후’ 전시에 대한 항의전화와 이메일 쇄도, 행사방해에 대한 협박 등 전시항의가 쇄도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전시중지의 근본 원인은 결국 아베정권의 탄압이 그 원인임이 드러났다. 전시중지 결정 하루 전인 8월 2일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은 전시장을 찾은 후 기자회견을 열어 전시의 내용 속에 ‘천황제 비판’ ‘야스쿠니 신사 비판’ ‘원전반대’ ‘평화헌법 수호’ 등의 내용이 담겨있음을 ‘지적’하며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국민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라고 말하며 전시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이번 전시중단 결정 전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예술제 교부금 지원여부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발언하며, 아이치현 지사의 전시중단 결정에 아베정권의 압력이 작용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이에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윤미향, 이하 정의연)는 일본 아베정권의 역사지우기와 아이치현 지사의 전시중단 결정을 강력히 규탄하며, 일본정부가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이 저지른 불법적인 전쟁범죄행위를 즉각 인정하고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에게 공식사죄와 배상, 올바른역사교육 등을 포함한 법적책임을 이행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정의연은 이미 지난 7월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들과 세계 시민들의 연대로 확산하고 있는 ‘평화의 소녀상’ 세계 건립운동 탄압과 일본군성노예 문제를 비롯한 전시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연대 활동을 방해하고, 탄압하는 것을 규탄하고, 일본정부에게 반인권적 폭력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가와무라 나고야 시장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일본국민들의 마음을 짓밟는 일’이라는 적반하장의 주장을 하기 전에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인도네시아, 필리핀, 동티모르 등 아시아태평양 전역에 걸쳐 자국이 저지른 불법적인 일본군‘위안부’동원 피해자들의 고통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일본정부는 ‘평화의 소녀상’ 건립 방해나 철거압력과 같은 치졸한 방식으로 일본정부의 전쟁범죄 사실이 없던 일이 되거나 법적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아베정권이 피해자에게 굴종을 강요하는 현 작태야말로 세계 속에서 일본을 반인권적인 국가로 스스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일본국민들의 마음을 짓밟는 일’임을 하루 속히 깨달아야 한다.
또한 “전시중단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비열한 협박성 행위는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되며 전시중단은 표현의 자유의 기회를 닫아버린 것으로 전시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일본펜클럽 성명처럼 소녀상 철거 등 일본군성노예제와 관련한 문화예술활동에 대한 탄압행위는 예술가들의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것이며 전시관람을 통해 일본이 저지른 과거의 전쟁범죄의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자 했던 시민들의 권리를 박탈한 것임을 아베정권은 똑똑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일본정부가 정녕 일본시민들의 마음을 짓밟지 않으려면 일본군성노예제 범죄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제공.교육하고, 일본군‘위안부’피해자들에 대한 공식사죄와 배상을 포함한 일본정부의 법적책임을 조속히 이행하여 일본의 시민들과 함께 이러한 전쟁범죄가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끝으로 일본 아베정권 스스로 일본군성노예제 전쟁범죄에 대한 범죄사실을 직시하고 대중들에게 역사적 사실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실력이 없다면 유엔 표현의 자유특별보고관이 2016년 일본방문 후 제출한 공식 보고서에 밝힌 것처럼 유엔 인권이사회 내에는 설치된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에게 언제든지 지원을 요청할 수 있으며 유엔인권이사회 내 모든 절차는 유엔의 모든 회원국들에게 열려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2019년 8월 4일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일본군성노예제 문제와 여성인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따리전>,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표현의 부자유展-그 이후’ 한국 참여 작가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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