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텅 빈 대마도행 여객선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4일 부산에서 대마도로 향하는 한 여객선 좌석이 텅 비어 있다. 좌석 440석을 보유한 이 여객선은 휴가철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예약이 저조해 왕복 요금을 2만원대까지 할인 판매했으나 탑승률이 30% 내외에 그쳤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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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당정청이 4일 내놓은 일본 수출규제 종합 대응책은 기업의 단기적 피해를 지원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대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방점이 찍혔다. 반도체와 소재 산업 등 한국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에 대해 정부가 나서 육성·보호하면서 이른바 '극일(克日)'을 이뤄야 한다는 취지다.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 국가) 배제 조치에 대해 고위 인사들은 강한 표현을 쓰면서 일본을 비판했다.
당정청이 정한 7가지 대책의 핵심은 내년도 본예산에 1조원 이상 규모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을 반영하고 소재·부품 기업에 대한 각종 예산·세제 지원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다소 취약했던 핵심 반도체를 포함한 기계·화학 등의 기술 자립과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 중장기 대책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기 때문이다. 이날 고위 당정청 논의에 따라 정부의 소재·부품·장비 종합 대책은 5일 추가로 발표된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4일 브리핑에서 "우리 부품·소재 산업에 있어서 10년, 20년 전에도 문제 제기가 됐는데 또다시 이런 문제가 닥쳐 근본적인 틀을 짜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우선 정부는 일본의 2차 무역보복 조치로 직격탄을 맞을 총 159개 집중 관리 품목을 지정해 총력 지원에 나선다. 특히 일본의 추가 조치로 총 1194개 전략·비전략물자가 일본의 자의적인 수출통제 대상으로 전락하게 되면서 정부는 이 중 일본산 비중이 높은 159개 품목을 집중 관리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다. 화학 업종이 40여 개로 가장 많고 반도체(20여 개), 기계(20여 개), 금속(10여 개) 등이 주요 피해 업종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차 조치로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반도체가 가장 크고 2차전지, 탄소섬유, 공작기계 등"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별 영향 진단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 중인 산업부는 이날 성윤모 장관 주재로 11개 업종별 협회·대표와 긴급 점검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피해가 우려되는 반도체 전지 자동차 로봇 기계 디스플레이 화학 섬유 철강 전자정보통신 조선 등 11개 업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각 업종의 상황에 맞는 대응 계획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정부의 지원과 제도를 개선해달라"고 건의했다. 성 장관은 "소재·부품·장비의 성공적인 개발을 위해서는 수요·공급 기업 간 원활한 협력이 중요하다"며 "협력 모델의 성공을 위해서는 수요 기업 역할이 중요한 만큼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정부는 또 피해 중소·중견기업에 6조7000억원 규모 신규 자금을 금융지원하기로 했다. 지난 3일 최종구 금융위원장 주재로 금융감독원,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 등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특히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분야 국산화에 필요한 자금 20조5000억원도 지원하기로 했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재부 긴급 간부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은 9월 말까지 75% 이상 집행되도록 각 부처 집행 실적을 모니터링하고, 본예산도 이월·불용액을 최소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일본 수출규제 대응 사업들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조기 집행에 역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당정청 회의를 위해 국회 민주당 당대표실에 모인 주요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일본 조치에 대해 규탄했다. '경제 공격' '경제 한일전', '경제 침략' 등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이 전면전을 뜻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일본 수출규제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는 주요 산업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화이트리스트 배제는 한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선포한, 명백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반세기 이상 이어진 한일 관계가 큰 변곡점을 맞았고, 이 난국은 매우 어렵고 오래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론은 회의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이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참석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결과를 브리핑했지만 '안보 대응 카드'는 본격적인 테이블에 오르지 않은 셈이다.
[임성현 기자 / 김효성 기자 / 이새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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