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사 “테러 예고 전화 불측의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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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이치현 나고야시 아이치현미술관에 전시된 ‘평화의 소녀상’(이하 소녀상) 전시가 전시 사흘만인 3일 중단됐다.
소녀상이 전시된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 실행위원장을 맡은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지사가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서 소녀상 전시 중지를 발표했다. 소녀상뿐만 아니라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전시 전체를 이날 오후 6시부터 중지한다고 발표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에는 소녀상 뿐만 아니라 ‘천황제’ 비판이나 아베 신조 정부 비판이 표현된 예술작품, 안세홍 사진작가의 일본군 성노예 피해 여성 사진 등이 전시됐다.
오무라 지사는 “테러 예고 같은 전화가 오는 등 불측의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며 전시 중지 이유를 발표했다. “‘철거하지 않으면 가솔린 통을 들고 가겠다’는 팩스가 들어왔다”고도 말했다. 지난달 19일 40대 남성이 가솔린 통을 들고 가서 교토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불을 지른 방화 사건으로 35명이 숨진 참극을 연상시키는 협박이었다. 오무라 지사는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를 제외한)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 전체가 안심·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기획에 참여한 오카모토 유카 실행위원은 “눈물이 흐를 것 같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 전시장 부분에 벽을 치고 출입을 막겠다고 한다. 봉쇄한다고 했다. 어제(2일) 밤 전시 중지가 이야기가 나왔지만, 작가들과 우리는 납득하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 갑자기 일방적으로 공식적으로 중지를 통고했다”고 말했다. 우익들의 소녀상 모욕 움직임도 있었다. 3일에는 우익으로 보이는 이가 종이봉지를 소녀상에 씌운 일도 있었다.
아이치트리엔날레 2019 예술감독은 쓰다 다이스케는 “애끓는 심정이다. (항의는) 당초 예상은 했지만 예상 정도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는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가 중단된 배경에 현재 한-일 관계 악화도 작용했느냐는 질문에는 “관계가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녀상은 지난 1일부터 아이치현 일대에서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 전시회인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에서 전시작품 중 하나로 선보였다. 그러나, 전시 하루 만인 2일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 정부가 주최한 전시회는 아니지만 일본 문화청의 보조금이 지급된 대상이다. 보조금 지급이 결정될 당시에 (이 소녀상 전시에 대한) 구체적인 전시 내용에 대해 기재가 없었다. 사실관계를 확인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평화의 소녀상 전시를 문제 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나고야시의 가와무라 다카시 시장도 소녀상이 전시된 아이치현미술관을 2일 시찰한 뒤 오무라 아이치현지사에게 전시 중지를 요청할 생각을 밝혔다. 가와무라 시장은 소녀상에 대해서 “일본인의 마음을 짓밟는 것이다”며 “국가 등 공적 자금이 사용된 장소에서 (소녀상을)전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표현의 부자유전-그 이후’에 출품된 작품들은 소녀상을 포함해서 전시회 개최 전 전시 중지를 당하거나 전시회 도중 철거당한 작품을 모아 놓은 기획이었다. 이번에 또시 전시가 중지돼 전시 기획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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