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일본이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한 2일 일식집에서 오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은 이 대표가 오찬을 가진 일식집과 이 대표의 모습. /여의도=박재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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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잡힌 약속이라 어쩔수 없어"...일본 경제보복과 일식 오찬은 무관 '주장'
[더팩트ㅣ여의도=박재우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 제외를 결정한 직후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사케를 곁들인 오찬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식집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 대상과 무관하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지만 일본 아베 정부의 막무가내식 경제보복 조치에 온 국민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서 집권 여당의 대표가 일본 식문화를 대표하는 일식집에서 오찬을 가졌다는 점은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일본의 한국에 대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결정 직후 긴급소집한 당의 '일본 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에서 "안하무인인 일본의 조치에 정말로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북아가 이렇게 신뢰 없는 관계를 갖고 있는데 지소미아가 과연 의미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분노했다. 심지어 이 대표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폐기 검토까지 거론하며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런 강경 발언을 쏟아낸 지 대략 한 시간 뒤 여의도 모처의 한 '일식집'에서 오찬을 한 것으로 <더팩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이 대표가 찾은 일식집은 일식 코스요리 전문점으로 스시, 생선회 등이 제공되는 유명한 식당이다. 이 대표는 이 일식집에서 남성 2~3명과 함께 한 시간가량 식사를 하면서 최근 일식집에서도 잘 팔지 않는 '사케' 또한 반주로 곁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해찬 대표가 식사한 일식집의 2일 예약 현황. 이 대표 이름 밑으로 주문한 내용이 적혀 있다. /박재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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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이 대표가 일식집에서 식사한 것만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엄연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식당이고, 식재료 역시 국산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일본의 비상식적 경제 보복 조치에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문재인 대통령 또한 상황을 엄중히 인식, 국민적 단합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이중적 모습'으로 비칠 수 있는 처신을 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최근 민주당 지도부도 한일 갈등에 따른 국민의 자발적 불매운동을 의식하며 식당 선정에 신중을 기하던 모습과도 상반된다.
지난달 23일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16일 일본 경제보복대책 당청 연석회의를 마치고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만찬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식사 장소를 한식집으로 변경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최고위원이 '회의 주제가 주제이니만큼, 일식집 식사는 조금 그렇지 않겠느냐'고 의견을 낸 것이 그 배경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최근 기자들과 저녁 식사 후 '2차로 이자카야에 가자'는 제안이 나오자 '이자카야는 좀 그렇다'며 피하기도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면서 불매운동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집권 여당인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가 2일 일식집 오찬을 가진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달 5일 일본제품 판매중지 돌입 및 불매운동을 선언하며 일본제품의 로고가 붙어있는 종이상자를 밟는 퍼포먼스를 하는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들. /이동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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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의 일식집 오찬과 관련해 민주당 공보국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오늘 오찬은 사전에 잡혀 있던 약속이다. 식당은 대표님이 자주 가는 식당 중 하나다"면서 "우리 당과 이 대표는 일본 정부의 경제침략·보복에 대해서 각성을 촉구하시는 것이지 우리 소상공인들에게 피해를 주려는 것이 아니다. 이번 오찬을 일본 경제보복과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또, '술을 마신 것이냐'고 묻자 "그냥 대표님이 반주를 좋아하셔서"라고 말했다.
'민주당 당원들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많이 참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일본 여행을 줄이고 일본 제품을 사지 말자는 것이지 우리나라에서 파는 일본 음식까지 불매하자는 것은 아니다"며 "우리 가족이나 이웃들이 운영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보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동석했던 이 대표의 비서실장인 김성환 의원을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 김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거기 사장님이 일본 사람도 아니고, 그러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라며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국내에서 일식집까지 (가지) 말자는 것인가. 너무 과한게 아닌가 싶다. 운영하는 분들도 (생각해야 한다)"라며 오래전 약속으로 바꾸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찬에서 술(사케)을 마셨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야당 초선 국회의원은 이 대표의 이런 행동에 대해 "여당이 야당에 대해서는 친일세력, 토착왜구로 몰아가고 불매운동, 여행 보이콧을 하면서 오늘 같은 날 일식집을 이용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습"이라며 "그 사람들은(민주당) 원래 행동보다 말을 앞세우는 사람들이라 평소 잘 믿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국민들 온 관심이 일본의 경제보복에 쏠려있는데 여당 대표가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한 것이다. 국민들 정서나 일본 조치에 대해서 고통스러워하는 대기업, 중소기업을 고려해봤을 때 전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야당 재선 의원도 "지지자 심정을 헤아리는 대표가 되어야 하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울 것"이라며 "오늘 일식집에서 사케를 마셨다면 완전 코미디"라고 힐난했다.
이해찬 대표는 2일 일식집 오찬을 마친 뒤 국회 본청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규탄대회’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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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민주당은 양정철 원장이 수장으로 있는 민주연구원의 보고서로 논란의 중심에 선 상황이다. 민주연구원은 '대외 주의'를 달고 여당 의원들에게 보낸 '한일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서 '한일 갈등과 관련 일본에 대해 단호하게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한 뒤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추어 볼 때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평가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며 야권은 일제히 민주당과 양 원장을 비판했다. 국민의 자발적 불매운동이나 반일 정서를 내년 총선에 이용하려는 이중적 행태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같은 논란에 이은 이 대표의 이날 일식집 오찬은 또 다시 야권의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대표는 일식집 오찬을 가진 이후 국회로 복귀해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조치 규탄대회 및 의원총회'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제 비장한 각오로 이 전쟁에 임하겠다"며 "우리 경제를 어디까지 흔들지 우리는 만반의 준비를 다 해야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일본의 결정에 대해 "문제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거부하고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대단히 무모한 결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일본을 향해 강력히 경고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을 향해 단합을 요청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다시는 일본에게 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고 오늘에 이르렀다"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우리 기업들과 국민들에겐 그 어려움을 극복할 역량이 있다. 과거에도 그래왔듯이 우리는 역경을 오히려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jaewoopark@tf.co.kr
[알림] "[단독] 이해찬, 日 백색국가 제외 직후 '일식집'서 '사케' 오찬" 관련
본지는 8월 3일자 "[단독] 이해찬, 日 백색국가 제외 직후 '일식집'서 '사케' 오찬"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당대표가 8월 3일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직후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사케를 곁들인 오찬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해당 오찬에 제공된 술은 일본산 사케가 아닌 국산 청주 '백화수복'임을 알려드립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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