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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슈퍼스타에서 국민 비호감으로…날강두 사태로 드러난 '해축'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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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유벤투스의 호날두(왼쪽 셋째)가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팀 K리그와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 앞서 동료들과 벤치에 앉아 있다. 출전 기대를 모았던 호날두는 워밍업 조차 하지 않고 벤치를 지키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최고급 상품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이제 적어도 국내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 같다.

사실 유벤투스는 국내에서 인기 있는 클럽이 아니다. 한국에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리버풀, 아스널, 혹은 스페인 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같은 팀이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면 이탈리아 세리에A는 상대적으로 거리감이 있다. 그럼에도 유벤투스 방한경기가 매진에 가까운 폭발적인 호응을 얻은 배경에는 호날두라는 존재가 있었다. 적어도 지난 26일 전까지만 해도 호날두는 국내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축구선수였다. 축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호날두를 ‘우리형’, ‘다태호(다시 태어나면 호날두)’라 친근하게 불렀다. 6만석이 넘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가득 채울 만큼 강력한 힘이 있는 콘텐츠였다.

그런 호날두가 하루 아침에 전 국민적인 비호감 캐릭터가 됐다. 최고의 축구선수에서 ‘밉상’으로 순식간에 추락했다. ‘날강두’라는 극단적인 별명이 등장했고 호날두의 극성팬이었던 사람이 유니폼을 불에 태우거나 버렸다는 후기도 있다. 온라인 게시판을 보면 호날두의 ‘호’자도 쓰지 말자고 할 정도로 실망감이 크다. 오랜 시간 유벤투스를 응원했던 국내팬은 상상하지 못했던 실망감과 허무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호날두 노쇼’ 사건은 해외축구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준다. 사실 국내에서 해외축구는 오히려 K리그보다 대중성이 있다. 박지성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하면서 해외축구를 보는 팬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황금시간대 K리그 경기보다 새벽에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시청률이 더 잘 나온다. 그러나 호날두라는 킬러 콘텐츠가 한순간에 공중분해되는 현상을 통해 해외축구는 한 순간에 손 안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온라인에서는 마음껏 즐길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는 한계가 뚜렷한 일종의 허상, 신기루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유벤투스를 상대했던 팀K리그는 이번 맞대결을 통해 재평가를 받았다. 단 하루 함께 훈련했음에도 뛰어난 경기력으로 세계 최고의 팀이라는 유벤투스를 괴롭혔고 성실한 플레이로 6만 관중을 매료시켰다. 한국 팬을 외면한 호날두와 달리 K리그 선수들은 화끈한 팬 서비스로 박수를 받기도 했다. 유벤투스의 지각 방문에 불만 한마디 하지 않았고 관중을 위해 유벤투스, 호날두의 들러리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세징야와 타가트, 오스마르, 이동국, 박주영 등 이날 활약했던 선수들은 당장 우리 동네 축구장에서 볼 수 있는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호날두와 차이가 있다. 이날 경기를 관전한 많은 팬이 실제로 K리그 선수들의 수준에 감탄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일부 팬은 K리그 경기장을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호날두 노쇼’ 사건이 ‘실제로 잡을 수 있는 콘텐츠의 힘’을 일깨우고 있다.

한편 프로축구연맹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국내팬을 우롱한 유벤투스에 항의하는 서한을 보냈다. 동시에 아시아축구연맹과 세리에A 사무국에도 이번 사건을 자세히 알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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