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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광주 클럽 붕괴] 버닝썬처럼… 왜 '일반음식점' 등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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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7일 2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C 클럽 복층 구조물 붕괴 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합동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장정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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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명의 붕괴 사상자를 낸 광주 C 클럽은 술 마시고, 안주(음식)를 먹고, 춤도 추는 곳이었다. 식품위생법상 ‘유흥주점’에 해당한다. 그런데 2016년 영업신고 당시부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운영해왔다. 지자체별 조례를 통해 일반음식점에서 춤을 추는 경우를 예외로 둘 수 있도록 한 정부 조치를 악용했다. 물의를 빚은 강남 클럽 ‘버닝 썬’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랬을까.

먼저 유흥주점ㆍ일반음식점의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차이는 노래와 춤, 즉 ‘유흥’이 있느냐다. 업장에서 음식과 술을 판매하면 일반음식점이다. 여기에 노래ㆍ춤까지 즐길 수 있다면 유흥주점으로 분류된다. 호프집ㆍ이자카야뿐 아니라 맥주 한잔할 수 있는 패스트푸드점도 일반음식점이다. 반면 유흥주점은 폭이 넓다. 춤출 수 있도록 무대를 설치한 클럽ㆍ나이트클럽이나 바, 접대원이 나오는 단란주점ㆍ가라오케는 물론 룸살롱까지 여기 해당한다.

C 클럽이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건 오류가 아닌 ‘꼼수’로 볼 수 있다. 사업자들은 탈세(脫稅) 유혹 때문에 유흥주점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많다. 유흥주점으로 분류되면 일반음식점에서 부담하지 않는 개별소비세(매출의 10%)를 부담해야 한다. 개소세는 사치성 소비에 부과한 옛 특별소비세다. 여기에 개소세액의 3%를 교육세로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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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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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주점엔 취득세ㆍ재산세도 중과(重課)한다. 일반음식점은 취득세가 2~4% 수준이지만 유흥주점은 12%를 물린다. 재산세도 유흥주점은 4%로 일반음식점(0.25%)의 16배다. 재산세는 건물주에게 부과하지만, 임차 계약서를 쓸 때 임차인이 재산세를 일부 부담하는 내용을 넣기도 한다.

여러 감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일반음식점 등록을 선호하는 이유다. 일반음식점은 ‘신고’제고, 유흥주점은 ‘허가’제다. 관청 허가를 받아야 하는 허가는 신고보다 여러모로 까다롭다. 예를 들어 유흥주점은 도시계획법상 ‘상업지역’에만 문을 열 수 있다. 학교 출입문 기준 직선거리 200m 내에 세우려면 교육청 심의를 받아야 한다. 사업자금 출처를 소명해야 하는 ‘진입 장벽’도 있다. 일반음식점은 숫자가 많아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은 유흥주점보다 세무당국 감시도 덜 받는다. 구청에서 정기 단속을 나가지만 현장에서 행위가 이뤄져야만 잡을 수 있어 적발이 쉽지 않다.

문제는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한 ‘유사 클럽’과 유흥주점으로 신고한 클럽에 경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무대 설치 여부와 상관없이 두 곳 모두 남녀가 섞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일반 클럽에서도 무대가 아닌 테이블, 이동 통로에서 춤을 추는 경우가 많다. 술을 마시다 흥에 겨워 가볍게 춤을 추는 경우도 무 자르듯 경계를 가르기 어렵다.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식사’를 주목적으로 반주를 곁들이는 것과 술과 유흥이 주목적인 업태는 확연하게 구분된다”며 “실질과 형식이 다른 업태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과태료를 부과해서라도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세제 대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일반음식점ㆍ유흥주점으로 단순 분류하기 어려운 ‘회색 지대’까지 등장하면서 세법 적용이 더 어려워졌다. 이번 사고가 일어난 광주 C 클럽 같은 감성 주점(객석에서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된 일반음식점)이 대표적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접대원을 두지 않고, 별도 춤추는 무대를 설치하지 않은 감성 주점의 경우 과세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기존에 지자체별로 조례를 통해 허용하던 걸 전면 허용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개소세 과세 대상인 고가 유흥주점(룸살롱ㆍ나이트클럽)과 달리 청년층ㆍ중장년층이 저렴한 가격으로 대중적으로 이용하는 곳이라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탈세 유혹을 줄이려면 업태 분류를 좀 더 세분화해서 바뀐 상황을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법은 경제 현상을 선점하는 게 아니라 반 발짝 뒤따라가는 제도인데 한두 발짝 뒤처졌다”며 “세법을 보완해 바뀐 현실을 따라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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