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영 아나운서]
안녕하세요, 톡쏘는 정치의 강지영입니다. 제가 바로 어제(24일) 일본 대사관 근처 소녀상 옆에서 있었던 기자회견과 시위 소식을 전해드렸습니다. 사실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상징하는 것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난 6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역 광장에 설치된 소녀상에 2~30대 청년이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사건이 일어나 공분을 샀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일본 말로 "천황폐하 만세"를 외쳤다고 합니다.
당시 이들은 경찰조사에서 일본어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일본말로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라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4명 중 3명의 청년들은 어제 오후 3시쯤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해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앞에 무릎 꿇고 사죄했는데요. 이옥선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청년들을 꾸짖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일에 열린 수요집회에서도 청년들의 행위를 비판했습니다.
[이옥선/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지난 10일) : 요새 들어보니까 누가 지나가면서 소녀상 보고 침을 뱉었다는데 왜 침을 뱉습니까? 그것도 사람인데 당연히 보기는 사람 같지 않지만 그것도 사람입니다. 살아있는 동상입니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고통을 받고 왔는데 왜 소녀상에 대해서 침을 뱉습니까. 사람 같지 않습니까.]
하지만 할머니들은 결국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라면서 용서하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다른 1명은 지난 20일에 아버지와 함께 나눔의 집을 찾아 용서를 빌었다고 하는데요. 할머니들은 이들에 대한 고소를 모두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상록수역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8월 15일 제 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세워진 것입니다. 거리 캠페인과 크라우드 펀딩 등을 통한 시민 참여로 건립됐습니다. 이런 의미있는 소녀상에 침을 뱉고 일본말로 "천황폐하"를 외쳤다고 해서 처음에는 일본인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한국인 청년들이라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을 줬습니다.
그리고 처음 사건이 알려진 직후 할머니들이 사과만 하면 모욕죄로 고소하지는 않겠다고 했는데도 이들 중 한 명은 차라리 벌금을 물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게다가 또 다른 한 명은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에 "소녀상에 침 뱉은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안산 상록 경찰서 앞에서 찍은 사진을 게재했는데요.
특정 커뮤니티 사이트의 회원을 뜻하는 손동작을 찍은 사진도 올렸습니다. 그러면서 "형사한테도 이야기 했다. 무조건 일본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은 받아들이자고/ 침 뱉었던 형은 교도소 갔다. 나라 꼬락서니 잘 돌아간다"라는 글도 함께 게시했습니다. 이 청년뿐 아니라 다른 청년들도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극우주의자나 친일행각을 옹호하는 사람들과 비슷한 주장을 했습니다.
[소녀상 침 뱉은 청년 A씨 (음성대역/출처 : SBS '궁금한 이야기 Y') : 조형물 때문에 반일 선동을 해서 한·일 양국 관계가 틀어지고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정치에 소녀상을 이용해 사람들을 개돼지로 만들어 분노가 끓어올랐습니다. 구한말 조선시대의 사상을 갖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옛날 일본의 근대화라든가 성숙한 시민의식을 본받자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사죄로 이 사건은 일단락 지어졌지만 지금도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글뿐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 제품 구매운동을 실천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다양한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소녀상을 모욕하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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