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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소녀상 조롱 청년들 ‘나눔의집’ 찾아 사과…“역사 잘 몰라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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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소녀상을 조롱한 청년들이 지난 24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을 찾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사죄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안산 평화의 소녀상에 침을 뱉고 조롱한 청년들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용서를 빌었다.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에 따르면 청년 3명이 미리 연락한 뒤 지난 24일 오후 3시쯤 찾아와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청년들이 한 시간여 동안 ‘죄송하다. 술을 먹고 역사도 잘 몰라 그랬다’며 반복해 사과했다”고 말했다.

청년들을 마주한 이옥선 할머니는 “그게(소녀상) 길에 가만히 앉아있는데 추우면 목도리를 하나 갖다 줬나 여름에 뜨거우면 모자를 하나 씌워줬나”라며 “가만히 앉아있는데 침을 뱉기는 왜 침을 뱉어”라면서 이들을 꾸짖었다. 나눔의 집 관계자는 “할머니들께서 사과를 받아들이시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청년들에게 돌아가라고 했는데 그때 할머니께서 ‘앞날이 창창한 청년들’이라며 용서해주겠다고 말씀하셨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가만히 앉아있는데 침을 왜 뱉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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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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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옥선 할머니와 다른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 2명이 자리했다. 나눔의 집에는 6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살고 있지만 다른 할머니들은 건강이 좋지 않아 직접 사과를 받지 못했다. 청년들은 사과한 뒤 나눔의 집에 있는 위안부 역사관을 둘러봤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앞으로 또 연락드리겠다. 찾아뵙겠다”고도 했다. 함께 범행을 저지른 나머지 1명은 지난 20일 자신의 아버지와 함께 나눔의 집을 찾아 사과했다. 이 청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폐증이 있는데 교육을 못 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들 20·30대 청년 4명은 지난 6일 안산 상록구 상록수역 광장에 있는 소녀상에 침을 뱉고 엉덩이를 흔드는 등 조롱한 것이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를 제지하는 시민과 시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또 일본말로 “천황폐하 만세”라고 외쳤으며 경찰 조사에서 “일본말을 하면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더 모욕감을 줄 것 같아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안산 등에 거주하는 이들은 무직이나 일용직 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들을 모욕 혐의로 조사해 지난 22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나눔의 집 측은 지난 10일 6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대리해 청년들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지만 청년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고 보고 고소를 취하할 계획이다.

상록수역 평화의 소녀상은 2016년 8월 15일 제71주년 광복절을 맞아 역 남측 광장에 세워졌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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