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린 2019 부산 서머 매치에서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대결하고 있다.제공 | 현대캐피탈 |
[부산=스포츠서울 정다워기자]21일부터 나흘간 부산 기장체육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9 부산 서머 매치는 당초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이 기장에서 비시즌 훈련을 하는 김에 연습경기를 하기로 했다가 또래인 석진욱 OK저축은행 감독,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이 가세하면서 판이 커진 이벤트다. 경기를 선보이고 네 팀이 지역 학교를 방문해 유소년 클리닉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이번 서머 매치는 지방 도시에서도 V리그가 대중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기회였다. 부산에서 배구 경기가 열린 것은 2009년 한국배구연맹(KOVO)컵대회 이후 10년 만의 일이다. 부산은 배구 불모지와 같은 도시지만 3일간 무려 6000여명의 팬이 경기장을 찾아 뜨거운 열기를 연출했다. 국가대표팀에 차출된 주요 선수들이 빠졌지만 일요일인 21일에는 3100여명이 들어섰고 평일 낮에 열린 22일과 23일 경기에도 각각 1300여명, 1500여명이 입장했다. 관중은 선수들이 멋진 플레이를 펼치면 환호하고 박수를 보내며 경기장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선수들도 신이 난 듯 V리그 경기에 임하는 것처럼 몸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심판 판정에 애교 섞인 항의를 할 정도로 승부욕을 보였다. 감독들은 무더위 속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위해 아이스크림을 사는 팬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V리그는 수도권 리그라는 인식이 강하다. 남녀 13팀 중 9팀이 서울(우리카드, GS칼텍스)과 수원(한국전력, 현대건설), 인천(대한항공, 흥국생명), 안산(OK저축은행), 의정부(KB손해보험), 화성(IBK기업은행) 등 수도권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지방을 연고로 하는 팀은 삼성화재와 KGC인삼공사(이상 대전), 현대캐피탈(천안), 그리고 한국도로공사(김천) 등 4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중부지방에 몰려 있어 강원도와 전라도, 경남 지역에는 V리그를 선보일 기회조차 없는 게 현실이다. V리그의 지역적 한계로 지적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KOVO는 이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매해 V리그 개막 전 지방 도시에서 컵대회를 개최한다. 하지만 1년에 단 한 번 있는 행사라 전국적인 니즈를 만족시키엔 한계가 있다. 그마저도 딱 한 도시에서 열리기 때문에 그 외 지역에서는 배구를 볼 일이 없다. 서머 매치가 주목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벤트 경기지만 이번 대회는 감독, 선수들 사이에서도 만족감이 크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미리 훈련도 되고 배구 볼 일이 없는 팬에게 관전 기회를 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기회가 되면 남자부 다른 팀들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도 “여자부도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여자 배구의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비시즌이 길기 때문에 한 번이 아니라 두 번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맞장구쳤다. 이들의 말이 현실이 되면 V리그는 전국구 프로스포츠로 거듭날 초석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팬의 만족도도 크다. 23일 경기를 관전한 박성희(32)씨는 “매번 TV로만 V리그를 보다 현장에서 보니 좋다. 앞으로 비시즌만이라도 이렇게 부산에 와 대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호장(43)씨는 “언젠가 V리그 구단이 하나 더 생긴다면 부산에 꼭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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