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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크린랲의 잃어버린 10년 덮어버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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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랲의 기술력으로 일본산이 점령한 광학필름 국산화에 나서겠습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크린랲 영업본부에서 만난 승문수(37) 크린랲 대표는 식품 포장용 랩 대신 광학필름 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승 대표는 최근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BASF)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패널 뒷면 센서(UPS)의 코팅용 광학필름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했다. 광학필름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만들 때 OLED와 같은 패널 위에 덮는 비닐과 같은 소재다. 빛이 들어오는 각도를 조절해 시야각을 넓히는 등 화질을 좋게 하는 역할을 한다. 그는 "식품 포장 분야에서 40년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만간 광학필름 양산이 가능한 수준"이라며 "이를 통해 크린랲의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겠다"고 했다.

조선비즈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크린랲 서울 영업본부에서 만난 승문수 대표는 "식품 포장 분야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광학 필름 양산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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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포장 랩으로 시장 석권했지만…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기업 야성 잃어"

크린랲은 승 대표의 이모부인 재일교포 사업가 전병수 전 회장이 1983년 설립한 회사다. 유해성 논란이 끊이지 않던 PVC(염화비닐) 재질의 식품 포장 랩 시장에 인체에 무해한 폴리에틸렌 소재 랩(LLD-PE)을 내놓았고, 불과 5~6년 만에 국내 대기업들을 모두 제치고 시장점유율 80%의 독보적 1위로 올라섰다. 1990년대 후반엔 중국에 진출했고, 2005년엔 중국 시장점유율 30%를 점하기도 했다. 당시 중국 사업을 이끌었던 승병근 중국상해크린랲유한공사 사장이 그의 부친이다. 승 대표는 중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후 두산그룹 전자소재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중국에 진출하려고 하는 한국 기업을 도와주는 컨설팅사를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전병수 회장이 일선에서 물러난 뒤, 회사는 정체에 빠졌다. 승 대표는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크린랲은 과거 한국과 중국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했던 야성을 상실하고 매출 올리기에만 급급했다"고 했다. 소비자에겐 생소하지만 크린랲은 부탄가스, 프라이팬, 건전지 등 다양한 생활용품도 출시했다. 기존 생활용품 유통망을 통해 이러한 물건을 매장에 깔아놓으면 매출은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엄청난 연구·개발비가 낭비되고 재고 부담만 늘어났다.

지난해 7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승 대표는 취임 직후 이러한 사업을 하나씩 정리하고 있다. 이익이 나지 않는 해외 총판을 찾아가 원인을 찾고,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도 했다. 2018년 하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신장했고, 올해 상반기(추정치)는 약 67% 신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광학필름 기술, 식품 포장 기술과 유사

그가 크린랲의 기술력으로 광학필름 기술 개발에 나선 것은 2012년부터 3년간 두산그룹의 전자소재사업부에서 신사업 기획을 맡으며 해당 분야의 기술력과 크린랲 식품 포장 기술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다. 그는 "일정한 품질로 다량의 필름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크린랲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는 글로벌 광학필름 업체보다 한 수 위"라며 "한국도 기술력을 확보해야 일본의 보복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친환경 식품 포장재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크린랲이 그동안 가족의 안전을 책임졌다면, 이제는 지구의 환경을 책임질 것"이라고 했다. 이미 바이오매스를 통해 생분해가 되는 비닐 포장재를 모두 개발한 상태다. 다만 그는 "현재 일반 쓰레기를 소각하는 한국 상황에서 생분해 포장재 사용이 의미가 없는 실정"이라며 "친환경적인 폐기물 처리를 위해 쓰레기 처리 시스템도 함께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충령 기자(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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