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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위안부 문제연구소'가 '재단법인'으로 독립된다. 위안부 피해자 기념 사업을 정권에 관계없이 지속하게 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위안부 문제는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는 생각을 가진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추진한 것인 만큼 일본 측 수출 통제 원인이 됐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이해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당정은 비공개 협의를 하고 위안부 문제연구소를 재단법인으로 독립시키는 방침을 확정했다. 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여성진흥원이 수탁 운영하던 '위안부 문제연구소'가 '여성인권과 평화센터'로 확대·발전된다.
여가부는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위안부 문제연구소 독립과 관련한 쟁점들을 논의한 결과 법인 형태로 독립시키기로 했다. 자문위에는 김희경 여가부 차관을 제외하면 모두 민간 위원이 참여했다. 위안부 문제에 앞장서 온 정진성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이나영 중앙대 여성학 교수,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등이 주축이다.
여가위 관계자는 "학계와 시민단체 등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독립기관 추진이) 어려웠는데 정부가 구성한 자문위를 통해 목소리를 하나로 모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정춘숙 의원이 자문위 논의를 토대로 '여성인권과 평화센터' 설치법을 조만간 대표 발의한다. '여성인권과 평화센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한 각종 연구사업을 지원하고, 국내외 중요 기록물에 대한 체계적인 발굴과 데이터베이스(DB)화 등 연구 결과를 독자적으로 집대성한다.
위안부 문제연구소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지난해 8월 출범했지만 여가부의 '1년 단위 위탁 사업'이라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초대 소장을 맡은 김창록 경북대 로스쿨 교수가 연구소 발족 3개월 만에 전격 사임하며 연구소를 '독립'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가부 산하 한국여성진흥원이 수주한 1년 단위 사업 형태로는 필연적으로 정권 입김에 휘둘리게 되고 위안부 강제 동원과 관련한 진상 규명을 지속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부족한 인력, 매년 용역계약을 맺어 예산을 지원받아야 하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여가부가 소장 자리를 9개월째 공석으로 둔 채 재정비 방안을 내놓지 않자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위안부 문제에 손을 놨다는 비판이 들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지난 1월 출입기자단 신년 간담회에서 위안부 문제연구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등 위안부 피해자 기념 사업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한일) 양국 간 외교적 해법으로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자신과 일본을 포함한 전 세계가 전체 여성의 성폭력과 인권 문제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굳은 각성과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 '위안부 문제연구소'는 이 같은 문 대통령 생각에 따라 출범했으며 '여성인권과 평화센터' 역시 위안부 문제를 보편적 여성 인권 문제로 접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문제의식은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여야 5당 대표와 회동했을 때 강제징용 문제 해결 과정에서 '피해자 수용성' '국민적 동의'를 강조한 점과 연결된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15년 한일 양국이 체결한) 위안부 합의처럼 잘못된 합의를 하면 안 된다"며 "무언가를 빨리 해야 한다고 하시는데, 피해자 수용과 국민적 동의가 전제되지 않은 외교적 협상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고 말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강제징용자 배상을) 기금 등을 통해 먼저 배상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도 있을 수 있다"고 제안했으나 이를 거절했다. 문 대통령은 "위안부 합의를 보면 정부가 열심히 노력했지만 피해자들과 국민이 거부해 무력화됐다"며 "그런 방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다. 애초에 피해자 수용성을 따져서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해자 수용성'과 '국민적 동의' 등 두 조건이 문 대통령이 생각하는 핵심 요소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일본 측과 협상할 때도 이 두 가치가 가장 중시될 것이라는 뜻이다.
[박용범 기자 / 윤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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