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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33명 사망' 日 최악의 방화참사, 범행이유 묻자 "표절이나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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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참의원 선거 직전 최악 참사

“죽어라” 외치며 휘발유 뿌려

부상 36명 희생자 더 늘 수도

아베 “너무 처참해 할 말 잃어”

중앙일보

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18일 화재로 수십 명이 숨지거나 다치는 참사가 발생했다. NHK 등은 41세 남자가 휘발유로 보이는 액체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고 보도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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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전 일본 교토(京都)시에 있는 유명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방화로 인한 화재가 발생해 적어도 33명이 숨지고 36 명이 다친 참사가 발생했다. NHK,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35분쯤 교토시 후시미(伏見)구 모모야마(桃山)에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불이 났다.

경찰과 목격자들에 따르면 41세로 확인된 남성이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와 “죽어라”라는 외침과 함께 휘발유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린 뒤 불을 질렀다. 화재 당시 3층짜리 건물 안에는 직원 등 70여 명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두 차례의 큰 폭발음과 함께 3층 건물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고, 검은 연기가 하늘을 뒤덮었다. 구조를 기다리다 못해 연기에 휩싸인 건물 2층에서 뛰어내리거나 건물 외벽에 매달린 이들도 있었다.

소방차 30대가 긴급 출동해 화재는 약 5시간 만인 오후 3시쯤 진화됐지만, 3층 건물이 전소하면서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회사 건물 1층은 사무실, 2·3층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작업실이다.

화재 직후 현장을 빠져나오거나 구조된 30여 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부상자 중에는 심폐정지 상태의 중상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도 상당수 있어 희생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스튜디오 건물 인근의 주택전시관에서 근무하는 한 남성은 “오전 10시반쯤 갑자기 큰 폭발음이 들렸다. 놀라서 밖에 나와 보니 스튜디오 건물 2층과 3층을 중심으로 짙은 연기와 함께 불이 번지고 있었고, 황급히 대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상당한 방화 용의자를 현장에서 긴급 체포해 병원으로 이송, 응급조치한 뒤 방화 동기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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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화재 참사현장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사진 왼쪽).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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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는 병원으로 이송되는 와중에 “건물 내부에 액체를 뿌려 불을 질렀다”고 범행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것으로 미뤄 전문가들은 용의자가 건물 내부에 뿌린 액체가 휘발유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방화 현장에서 흉기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발견됐지만 용의자의 것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NHK에 따르면 방화 용의자는 범행 이유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 "표절이나 하고 … ”라고 말했다. 교토 애니메이션 측은 “회사에 대한 항의가 일상적이진 않아도 적지는 않았다”고 언론에 밝혔다. 회사 측은 “그때마다 변호사와 상담하는 등 진지하게 대응해 왔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회사 웹사이트에 올라온 협박성 글에 대해 신고했고, 경찰이 수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용의자가 이 회사에 근무한 적이 없는 것으로 추정했다.

참의원 선거(21일)를 사흘 앞두고 대형 방화사건이 발생하자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다수의 사상자가 나온 만큼 너무 처참해 말을 잃었다”며 “부상한 분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전 세계 애니메이션 팬들로부터도 “애도를 표한다” “무사하길 기원한다”는 글이 트위터에 쇄도하고 있다고 NHK는 전했다. 교토 애니메이션은 1981년 설립된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업체로, 교토(京都)부 우지(宇治)시에 본사를 두고 교토시에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수는 160여 명이다. 교토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에 TV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럭키☆스타’ ‘케이 온!’ ‘풀메탈 패닉’ 등을 내놓아 인기를 끌었다.

이번 화재는 사상자 수가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2001년 9월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서 발생한 상가 화재사건(44명 사망, 방화 추정) 이후 일본 내 최악의 화재 참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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