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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병사 휴대전화 사용’ 전면시행 또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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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군기문란 방지책 강화 필요”/ 불법 도박·음란 사이트 접속 등/ 일부 군인 일탈행위 영향 미쳐/ 하루 최대 허용시간도 줄이기로

세계일보

국방부의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시행에 제동이 걸렸다. 시범운영 과정에서 병사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박·음란 사이트에 접속하고 온라인상에서의 욕설, 성희롱적 발언 등 ‘디지털 일탈행위’가 잇따라 발생하자 국방부는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전면 확대 시행을 유보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지난 15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 주재로 박한기 합참의장과 각 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과 민간 위촉위원 등이 참여하는 군인복무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군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병사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 시범운영을 진행, 현재는 전방 지역을 중심으로 36만여명의 병사가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다. 국방부는 올해 4월부터 본격적인 시범운영에 돌입, 이르면 이달부터 전면 시행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부 병사들의 일탈행위가 전면 시행의 걸림돌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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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도의 한 부대에서는 병사 5명이 휴대전화로 수억원대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다가 적발됐다. 불법 음란사이트 접속도 빈번해 일부 부대에서는 화장실 등에 이를 경고하는 문구를 붙여 놓은 것으로도 전해졌다. 한 병사는 최근 지인의 얼굴을 합성한 음란사진을 온라인에 올렸다가 군 수사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다른 부대에선 간부나 선임병이 후임병에게 욕설과 폭언이 담긴 메시지를 보낸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일각에서는 최근 삼척항 북한 ‘목선 입항 사건’과 해군 제2함대 ‘허위 자수 사건’ 등에서 보듯 군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방부가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 등 편의를 먼저 고려하려 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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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방부는 “군사비밀 유출 등의 보안사고는 발생하지 않았고, 사용인원 대비 규정·지침 위반행위의 발생비율은 전체 사용인원 대비 0.2%였다”며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병사 10명 중 7∼9명은 휴대전화가 외부와의 소통 여건을 현격히 개선했고, 군생활 적응과 자기 계발, 병사·간부 간 소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답변했다. 또 휴대전화 사용 병사들의 우울, 불안, 소외감은 그렇지 않은 병사들보다 낮게 나타났다.

국방부는 병사들의 휴대전화 사용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도 내놓았다. 우선 병사들이 휴대전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예방하고,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점호 준비 등 기본일과 진행에 일부 제한이 있다는 의견을 수렴해 휴대전화 사용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존 평일 오후 6~10시까지였던 휴대전화 사용시간이 오후 6~9시까지로 조정되고, 주말의 경우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에서 ‘오전 8시30분∼오후 9시’까지로 2시간30분 줄어든다. 또한 방송통신위원회, 도박문제관리센터, 정보화진흥원 등의 전문기관과 함께 병사들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사이버도박 등에 대한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의 상담역량을 높이고 유해사이트 차단을 위한 방안도 모색할 방침이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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