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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김상회의 사주속으로] 회자정리(會者定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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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석가모니부처님은 존재로 태어나서 살아가는 일 자체가 고(苦)라고 보았다. 생로병사 즉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가는 존재의 속성은 근본적으로 고를 잉태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더하여 팔고(八苦) 또한 얘기한다. 생로병사의 네 가지 괴로움에 더하여 원증회고 구득부고 애별이고 그리고 오음성고가 있다.

인간사의 근원적인 고통은 결국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으로 대별된다. 존재로 태어나 늙고 병들고 죽어갈 수밖에 없는 것은 이 물질이라는 몸의 숙명이요 싫어하고 미워하는 사람과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듯 조우해야 하는 것 그리고 아끼고 사랑하는 인연들과는 헤어지기 싫어도 이별해야 하는 감정은 모두 정신적인 괴로움을 주는 가장 큰 요인인 것이다.

그러고 보니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한 전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던 영원한 사랑의 테마나 비비안 리가 나왔던 더없이 애잔했던 영화 '애수'는 애별이고가 죽음으로까지 이어졌던 대표적인 인간의 비극과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젊었을 적에 본 영화 중 로미오나 줄리엣이나 애수만큼 유명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연인'이라는 영화가 기억난다.

그저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야기라기 보다는 뭔가 감각적 관계에 탐닉했던 성숙한 소녀와 부자 남자의 그저 그런 애정행각인 듯도 했지만 그래도 가슴 한편에 남는 것은 굳이 사랑의 감정이기를 부정하고 싶었으나 떠나는 메콩 강의 배 위에서 돌아서서는 가슴을 내리치며 속울음을 참아내야 하는 애별이고였던 것이다.

이래서 인간사 원증회고요 애별이고인 것이다. 가요 중에 바다가 길을 막아 가고파도 못 간다는 절절한 가사처럼 산 자끼리의 이별에도 강과 바다가 한 몫을 하듯 산자와 망자의 이별 이승과 저승과의 경계에도 항상 강이 있음을 안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는 '스틱스'라는 강이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되고 인도의 전통에는 갠지스강에 유골을 뿌려 제 세상으로 가는 길목의 역할을 하게 한다. 불가에서는 사바세계에서 피안(彼岸)의 극락정토로 건너갈 때 타고 간다는 배를 일러 반야용선(般若龍船)이라 한다.

회자정리라 할지라도 반야용선을 탈 수 있다면 이는 더할 나위없는 축복이자 복덕이니 마음을 닦아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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