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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밀착카메라] "비만 오면 떠오르는 그날"…'장마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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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늘(11일) 밀착카메라는 1년 전, 침수 피해를 입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아직 복구가 시작되지 않은 곳도 있고 진행 중인 곳도 있었습니다. 장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트라우마가 남았습니다.

윤재영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가을 태풍 콩레이가 닥쳤던 경북 영덕군 강구시장.

시장은 원래 모습을 찾았지만, 상인들은 당시를 생생히 기억합니다.

[피해 상인 : 물이 2m 찼습니다 2m. 비 많이 오면 작년처럼 안 그러란 법도 없어요. (무섭다, 또 그럴까 봐.)]

[박순복/피해 상인 : 며칠 전에도 비가 왔거든요. 그때 상황이 떠올라가지고 가슴이 쿵쾅쿵쾅. 습관이 (무엇이든) 위에다 올려놓는 거.]

영덕군이 복구 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곳은 213곳.

이 중 대부분 복구가 끝났습니다.

하지만 12곳은 아예 시작을 못했거나 진행 중입니다.

시장에서 1km 가까이 떨어진 하천입니다.

지난 태풍 때 바로 여기 이 하천이 넘치면서 흙탕물이 흘러가 시장까지 덮친 것인데요.

1년 가까이 지났지만 지금도 하천 옆은 흙더미가 쓸려가서 움푹 파여있고 제방도 무너진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영덕군은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하천과 바다를 터널로 연결하는 대규모 공사라는 것입니다.

[영덕군청 : 사업비가 좀 큰 거예요. 심의를 받고 발주하는 그런 절차상에 놓여 있는 거예요. 비가 또 오면 어떡하냐 그러면, 누구든 대답하기가 안 곤란하겠습니까.]

땅 소유주와의 갈등으로 산사태 예방 공사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있습니다.

항구 근처의 한 산비탈입니다.

태풍 당시 산 위에서부터 내려온 물과 흙이 비탈을 쓸고 내려가 아래 주택을 덮친 것입니다.

지금은 나무가 없는 흙에 방수천만 덮어 둔 상태.

산에 나무를 심는 사방사업을 하려면 산 소유주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를 얻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방사업이 시작되면 5년 동안 그 땅은 개발이 제한됩니다.

[경북산림환경연구원 : 사업 반대가 워낙 거세가지고. 토지 소유주가 반대를 했더라도 지역 주민의 안전이 우선이기 때문에 대체 구조물을 하단부에 협의 중에 있고…]

산 밑에서 장사하며 생활하던 피해 주민은 머무르기도 떠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장연주/피해 주민 : 불안하죠. 불안한데 생계는 유지를 해야 하니까. 근데 또 장마가 얼마만큼 올지 모르니까…]

이 국도변 인도에는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 우려로 통행을 제한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습니다.

하지만 경고문만 붙었을 뿐 정작 통행로는 이렇게 열려 있습니다.

걸어가보면 흙이 다 드러난 비탈에 쓰러질 듯한 나무들이 전깃줄에 무게를 기대고 서 있습니다.

이 곳도 최근에야 복구 공사가 발주됐습니다.

[국토관리사무소 : 바로 하면 저희도 좋은데요 예산이 반영이 되어야지. 일부 주민들이 지나가시는데 거기까지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부분이어가지고…]

청주에서는 2년 전의 장마로 입은 피해를 아직 복구하고 있습니다.

[공사 관계자 : 수해가 났다 그래서 당장 일 들어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까. 예산도 확보하고 타당성도 따져봐야 하니까.]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가 너무 늦어진다는 입장.

[피해 주민 : (비) 걱정도 아닌 게 아니라 하고 있어요. 공사도 이제 와가지고. 저희들은 이해가 안 가요.]

서울 일부 지역도 지난해 장마 피해가 컸습니다.

피해를 입은 주택가엔 빗물받이가 더 설치됐고, 양수기도 배분됐습니다.

[인근 주민 : 걱정이 되죠, 작년에 그렇게 혼나서.]

올해는 아직 비가 적어 마른 장마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한 번 침수 피해를 겪은 사람들의 불안은 이번 여름에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턴기자 : 곽윤아)

윤재영, 김장헌, 김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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