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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IF] 쓱~ 보고 톡!… 잘 익은 딸기·채소만 골라 따는 'AI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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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케임브리지대의 후미야 이다 교수 연구진은 지난 7일 '농업 로봇공학 저널'에 양상추 수확용 로봇 '베지봇(Vegebot)'을 발표했다. 이 로봇은 트랙터처럼 이동하면서 수확하기에 적합한 양상추만 골라 잘라낸다. 감자나 밀 같은 단단한 농작물에는 이미 자동 수확 기계가 도입됐다. 하지만 채소나 과일처럼 무른 작물은 자동화가 어려웠다.

인공지능(AI)과 센서 기술의 발전으로 채소밭이나 과일 농장에도 수확용 로봇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정치·경제적 요인으로 동유럽 출신의 단기 농업 인력이 급감한 것도 선진국의 로봇 개발 속도를 높이고 있다.

AI 카메라로 익은 채소·과일 구분

양상추는 기계 수확이 어려운 작물이다. 지면에 붙어 낮게 자라는 데다 잎이 공처럼 단단히 말려 있어 잘못 건드리면 상하기 쉽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이 일일이 작은 칼을 들고 수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베지봇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각 시스템과 첨단 절단 시스템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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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먼저 컴퓨터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다양한 상태의 양상추 사진 665장을 입력했다. 인공지능은 이런 기계학습을 통해 수확에 적합한 양상추의 특징을 파악했다. 베지봇은 상단부의 카메라로 밭을 내려보면서 인공지능으로 수확에 적합한 양상추를 골라낸다.

연구진은 절단부에도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했다. 상자 모양의 절단부는 양상추를 감싸듯 고정시킨 다음 유압의 힘으로 칼을 수평 이동시켜 잘라낸다. 연구진은 "양상추가 상대적으로 기술 난도가 높기 때문에 이 기술을 이용해 다른 작물을 수확하는 로봇도 개발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무른 과일의 대명사인 딸기 수확에도 인공지능 로봇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영국 플리머스대에서 창업한 필드워크 로보틱스는 지난 5월 수확 로봇 '로보크롭(Robocrop)'으로 하루에 나무딸기 2만5000개 이상을 수확했다고 밝혔다. 사람들은 8시간씩 3교대로 하루 1만5000개를 수확하는 데 그쳤다. 로보크롭 역시 인공지능으로 딸기 사진을 사전 학습해 수확에 적합한 딸기를 골라낼 수 있었다.

딸기는 집게, 사과는 진공청소기로 수확

오상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원은 "수확 로봇은 농업 자동화에서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라며 "로봇은 24시간 작업이 가능하므로 작업 속도가 사람의 절반만 돼도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도입이 가장 활발한 곳은 딸기·토마토·파프리카처럼 고부가가치 작물을 자동화 기술로 키우는 이른바 스마트팜(첨단 기술 적용 농장)이다.

벨기에 옥티니온사는 지난달 로봇 '루비온(Rubion)'이 집게손가락으로 하루 360㎏의 밭딸기를 수확했다고 밝혔다. 사람은 하루 50㎏ 수확에 그친다. 나무딸기는 키가 크지만 밭딸기는 줄기가 땅에 늘어져 자동 수확이 어렵다. 대신 딸기가 실내에서 일정 높이의 화단 구조에서 자라면 그 사이로 로봇이 지나며 눈높이의 딸기를 딸 수 있다. 옥티니온은 딸기에서 반사된 빛을 감지해 얼마나 익었는지 판단하는 기술도 개발했다. 미국 루트AI도 집게손가락을 비틀어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는 로봇을 개발했다.

손가락 대신 공기로 수확하는 로봇도 있다. 미국 어번던트 로보틱스는 지난 3월 뉴질랜드에서 로봇으로 사과를 수확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딸기나 양상추 수확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카메라가 잘 익은 사과를 골라내면 진공청소기처럼 원통으로 흡입해 수확한다. 사과는 무게나 크기나 로봇 손가락으로 잡기에 불편하기 때문에 맞춤형 수확 기술을 적용한 것이다.

국내에서도 올해 처음으로 산업통상자원부가 스마트팜용 수확 로봇 개발 과제를 신설했다. KIST와 생산기술연구원, DRB파텍이 수주해 3년 내 토마토·파프리카·딸기 수확용 로봇을 개발할 계획이다.

영국 시장 조사 업체인 ID테크엑스는 농업용 로봇 시장 규모가 2016년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에서 오는 2027년 120억달러(14조2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8년에는 350억달러(41조4000억원) 규모로 전망됐다.

이 중 수확 로봇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각국에서 농업 인구가 감소하는데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선진국의 이민 규제로 단기 노동자 유입마저 힘들어지면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농민연맹에 따르면 사과와 딸기 수확에 한 해 7만명이 필요한데 올해만 60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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