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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평화의 소녀상' 체험공간서 흡연하며 침뱉은 남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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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한 남성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고 올바른 역사 인식을 확립하기 위해 만들어진 ‘평화의 소녀상’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침을 뱉었다는 내용의 글과 사진(위 사진)이 공개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실을 제보한 사람은 경찰과 시청 및 군청 등에서 해당 남성의 행위를 처벌 혹은 제지할 수 없단 답변을 받았다고 아쉬워 했다.

지난 2일 안산시청 홈페이지 시민의 소리 게시판에는 “출근길에 모욕적인 일과 함께 큰 화가 났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출근하던 중 한 남성이 상록수역 남쪽 광장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침을 뱉는 모습을 목격했다.

글쓴이는 “법도 법이지만 남성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너무 기분 나빴다”고 밝히며 112에 바로 연락했으나 지하철 관련 흡연은 경찰 관할이 아니니 시청, 군청에 연락하길 바란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글쓴이는 시청 혹은 군청 등에 바로 연락한 것으로 보이나 이의 응대자 또한 권한 외의 일이라 출동 및 처벌 권한이 없고 단속만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답답해했다. 그러면서 글쓴이는 운영에 대한 개선과 보완을 요구했다.

글쓴이가 공개한 사진에는 평화의 소녀상 옆 포토존으로 마련된 빈 의자에 한 남성이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에는 “소녀상의 곁에 앉아 소녀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세요”라는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뒤로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플랜카드가 부착돼 있다.

세계일보

평화의 소녀상(위 사진)은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놓은 조형물(평화비)이다.

1992년 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 정부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일명 ‘수요시위’가 시작된 후 20년 뒤인 2011년 12월14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계획해 수요집회 1000회째인 당시에 울 종로구 일본 대사관 앞에 처음으로 세웠다.

평화의 소녀상 높이 130cm에 치마저고리를 입고, 짧은 단발머리와 손을 움켜쥔 소녀가 의자에 앉은 채 일본대사관을 응시하는 모습이다. 평화비 옆에는 작은 의자가 놓여 있으며 소녀와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되새기는 체험공간이 마련됐다.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소녀상과 함께 앉을 수 있다.

정의기억연대 등 시민단체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의 평화의 소녀상은 102개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으로 세워지는 소녀상은 통상 지역별로 발족한 건립추진위원회가 제막부터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최근에는 소녀상이 훼손된 정황이 SNS 등을 통해 공개됐는데, 2017년에는 경북에 있는 소녀상 얼굴 2∼3곳에 날카로운 물체로 긁힌 것으로 보이는 3∼4㎝가량의 자국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바 있다. 같은해 11월 부산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훼손한 40대 회사원이 특수손괴 혐의로 긴급 체포되기도 했다.

지난해 7월에는 대구 도심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을 누군가가 훼손하고 가슴 부위 등을 손으로 쓰다듬는 듯한 영상이 SNS에 퍼져 논란이 됐다. 지난 1월 대구 중구 2·28기념중앙공원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한 남성이 낙서로 훼손했다.

이에 소녀상을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는 ‘공공조형물’ 지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고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가 ‘평화의 소녀상 공공 조형물 등록 촉구를 위한 30만명 서명 캠페인’을 지난해 1월부터 시작했다.

현재 서울 종로, 경기도 안양, 충청북도 제천, 부산 동구에 있는 소녀상 5개만 지방자치단체 공공 조형물로 등록돼 있다. 공공조형물로 지정되면 지자체가 폐쇄회로(CC)TV를 통해 24시간 감시를 할 수 있어 훼손과 같은 범죄를 줄일 수 있게 된다. 부산시의회의 경우 2017년 6월 ‘부산시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지원 및 기념사업에 관한 조례’ 일명 ‘소녀상 조례안’을 통과시켜 부산에 설치된 소녀상을 훼손하는 것에 대해 지자체가 단속할 수 있는 자체 조항을 뒀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사진=안산시청 홈페이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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