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 민주콩고 산부인과 의사…20년간 성폭행 피해여성 지원
기조연설하는 드니 무퀘게 |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20년간 성폭행 피해 여성들을 지원해 온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 박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성폭력 문제를 국제적으로 공론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무퀘게 박사는 2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외교부가 주최한 제1차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다른 피해자들에게 영감의 원천을 제공해주는 이분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이같이 밝혔다.
무퀘게 박사는 "민주콩고 지도자들이 성폭력이라는 재앙을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0년간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옹호해왔다"고 자신의 활동을 소개한 뒤 "거의 동시에 지구 반대편에서 위안부 피해자들이 피해자로서 존재를 인정받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여성들은 종종 낙인이 두려워 자신이 당한 범죄를 숨겨야 했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도 이런 경우였다"며 "오늘날 이분들이 사회에서 존중받고 지지받는 것은 전 세계 모든 나라와 공동체를 위한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조연설 내내 무퀘게 박사는 '생존자 중심 접근'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 4월 채택한 결의 2467호에 담긴 내용이기도 하다.
무퀘게 박사는 "생존자 중심 접근은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깰 수 있는 힘을 준다"며 "우리는 생존자들이 원할 때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높일 수 있도록 도와야 하고, 증언 과정에서 이들을 돕고 지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권력자들이 전쟁범죄, 특히 성폭력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성폭력을 주도하거나 묵인한 지도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국내적으로든, 국제적으로든 형사고발을 거쳐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시의적절한 배상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이론적으로는 배상의 주체로 국가를 떠올리지만 많은 나라에서 국가가 성폭력을 무시하거나, 부인하거나,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퀘게 박사는 "분쟁상황에서 자행된 강간을 증명하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면, 국제기구와 유엔 안보리가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해도 국가는 국민의 존엄성 회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결정해야 한다"며 "그 이상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분쟁지역 성폭력 피해자들이 배상을 받아야 한다"며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여성운동가 나디아 무라드와 함께 추진 중인 성폭력 생존자를 위한 국제기금 설립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무퀘게 박사는 "여성의 고통에 대한 남성의 무관심은 결국 잠재된 잔혹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남성과 여성이 손을 잡고 연대하고 '우리는 평등하다', '우리는 서로를 보완한다'고 외쳐야 한다"는 당부와 함께 연설을 마무리했다.
이날 국제회의는 외교부를 주축으로 정부가 지난해 6월 출범한 '여성과 함께하는 평화' 구상(이하 평화구상)의 하나로 마련한 행사다.
외교부는 국제사회 주요 의제로 자리매김한 여성·평화·안보 분야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 위해 '평화구상'을 출범했다.
이날 오후 행사에서는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며 평생을 바쳐 싸워 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생전 활동 영상이 방영된다.
아울러 이라크, 남수단, 콜롬비아 등 분쟁지역에서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runran@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