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위안부 할머니 지원금 횡령’ 70대 남성에 “무죄”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의 국가 지원금 약 2억8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남성이 지원금을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임의로 횡령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8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최지경 판사는 위안부 피해자 고 이귀녀 할머니에게 지급된 국가 지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김모씨(74)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중국에 거주하던 피해자는 피고인의 경제적·절차적 도움을 받아 2001년 9월 한국에 처음 입국했고 2011년 국적을 회복했다. 피고인은 이후 피해자를 자신의 집에서 생활하게 하고 입원치료받게 하는 등 한국에서 유일한 보호자로 일체 비용 부담하며 제도적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도왔다”며 “피해자가 아들에게 한국에서 생활하는 모든 것을 피고인에게 의지하고 위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피고인이 (지원금의) 구체적 사용 내역을 증빙하지 못해도 피해자 의사에 반해 (돈을) 임의로 소비해 횡령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피고인은 2018년 12월 피해자가 사망하자 상주 역할을 하며 장례를 치렀다. 피해자는 자신의 아들과 피고인을 의형제 맺도록 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아들이 법정에서 “자신과 피고인은 가족 같은 관계이고 어머니가 피고인에게 지원금을 맡긴다고 했고, 남은 지원금 관련해서는 청구할 생각 없다”고 진술한 것도 양형에 참작했다.

김씨는 2012년 6월~2018년 4월 위안부 피해자 이귀녀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지원금 약 2억8000만원을 332차례에 걸쳐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변론 과정에서 “개인용도로 돈을 사용한 것은 맞지만, 적어도 할머니의 (지원금 사용에 대한) 추정적 승낙은 있었다”도 주장해왔다.

이달 초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서울서부지법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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