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따라잡기]
엘살바도르 부녀 죽음 부른 트럼프 反이민 정책
미국-멕시코 국경에 설치된 멕시코 어린이의 얼굴이 그려진 벽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소년 대상 이민 규제를 강화한 데 따른 항의 표시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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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일간지 라호르나다의 사진 기자 훌리아 레두크가 촬영해 AP통신에 공개한 이 사진은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경 지역에 연일 몰려들고 있는 이민자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모를 따라 나섰다가 죽거나 구금된 이민자 아이들의 인권 문제가 정치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이들은 미국으로 오는 도중 부모와 함께 사망하거나, 구금 시설의 열악한 환경을 견디지 못해 죽음을 맞는다. 수용소에 머무는 아이들은 극도로 비위생적인 환경 속에서 최소한의 음식물도 제공 받지 못한 채 방치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에서 익사한 엘살바도르 이민자 부녀의 사진. [Julia Le Duc/AP=연합뉴스] |
4월에는 온두라스에서 온 3명의 아이와 어른 한 명이 같은 지역에서 뗏목이 뒤집힌 뒤 익사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6월에는 인도 출신 6세 이민자 소녀가 애리조나주 사막에서 더위를 이기지 못해 숨졌다.
엄마와 함께 뗏목을 타고 리오그란데 강을 건너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 있는 텍사스 주 매캘런에 도착한 두 살짜리 온두라스 여자 아이가 지난 해 12일(현지시간) 엄마가 미국 국경순찰대로부터 몸수색을 당하자 서럽게 울고 있다. [게티이미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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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금 시설에서 아이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지는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23일 BBC에 따르면 작년 말부터 5월까지 미국 남쪽 국경에서 구금 도중이나 석방 직후 뇌염 등의 질병으로 사망한 이민자 아동이 6명에 달했다.
지난 해 로이터통신 소속 한국인 김경훈 사진기자가 촬영해 전 세계 미디어와 네티즌들에게 캐러밴(중미 이민행렬)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하게 된 사진. 미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와 접경을 이루는 멕시코 티후아나에서 미국 쪽으로 국경 진입을 시도하던 온두라스 출신 이주민 모녀가 국경수비대가 발사한 최루탄을 피해 뛰어가는 장면이다.[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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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컬렌 구금 시설에 다녀온 변호사들도 시설에 음식과 물이 부족해 대부분의 아이들이 배가 고파 잠을 설치고 있으며, 썩은 음식을 배급 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많은 아이들이 독감이나 식중독 등에 걸려 있지만, 적절한 치료가 행해지지 않고 있다. 이민전문 변호사 호프 프라이는 NBC 뉴스에 “과테말라 출신 17세 엄마가 응급 제왕절개술로 낳은 미숙아를 오염된 보자기에 싸 돌보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미 연방당국 규정에 따르면 이민자 아동의 경우 구금 후 72시간 내로 미국 보건복지부(HSS) 산하 난민재정착지원센터(ORR) 등의 정식 보호 시설로 옮겨야 한다. 하지만 정부 산하 보호 시설이 포화 상태인 탓에 갈 곳은 잃은 아이들은 2~3주씩 국경 지대 구금 시설에 갇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WP는 지적했다.
지난 해 6월 미국 플로리다주 미국이민세관집행국(ICE) 청사 앞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밀입국자 무관용 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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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 받지 못하는 환경 속에 방치돼 있지만,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하원은 25일 이민자 가족 및 부모를 동반하지 않은 어린이들의 여건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45억 달러(약 5조2169억원) 규모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약 29억 달러를 홀로 밀입국한 아동을 돌보는 보건복지부 프로그램에 지원하고 일부는 구금 시설 개선 등에 사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백악관은 표결에 앞서 이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한 국경 장벽 건설 등 국경 안보를 강화할 조항이 빠져 있다는 게 이유다. 그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의 반대로 2주 간 연기했던 불법 이민자에 대한 추방 절차를 개시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어 국경 지역 긴장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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