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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IF] 어미 잃은 소년가장 침팬지, 어린 동생 어미처럼 돌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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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대만의 한 망고 농장에서 새끼 원숭이가 이미 숨이 멎은 어미를 꼭 껴안고 있는 사진이 공개돼 사람들의 심금(心琴)을 울렸다. 인도에서는 새끼 코끼리가 어미의 죽음에 슬피 우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야생에서 홀로 남은 새끼는 누가 돌볼까.

동물 세계에서 어미를 잃거나 사고를 당한 동료를 입양해 대신 키워주는 일이 잇따라 관측됐다. 과학자들은 동물도 동료나 가족의 고통을 감지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조선비즈

젊은 침팬지 수컷(왼쪽)이 엄마를 잃은 동생을 자신의 새끼처럼 보살피고 있는 모습. /미 미시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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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시간대의 존 미타니 교수 연구진은 지난 10일 국제 학술지 '영장류'에 "젊은 침팬지가 어미를 잃은 동생을 입양해 돌보는 행동을 관찰했다"고 발표했다. 침팬지는 어미를 잃은 슬픔을 달래는 듯 어린 동생을 자주 껴안고 살뜰히 보살폈다.

연구진은 아프리카 우간다의 키베일 국립공원에서 200여 마리의 침팬지 무리를 관찰했다. 2016년 말과 2017년 초 사이 호흡기 질병이 퍼지면서 25마리가 희생됐는데 이 중 13마리가 새끼가 있는 어미였다. 연구진은 이후 어미를 잃은 침팬지 형제 4쌍이 같이 다니는 모습을 관찰했다.

나이가 든 쪽은 10~17세였고, 어린 쪽은 6~7세였다. 침팬지는 5세까지 어미 보살핌을 받으며 3년을 더 어미 곁에 머문다. 그렇다면 나이가 많은 맏이가 아직 어미 보살핌이 필요한 동생을 자식처럼 돌보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진화의 관점에서는 나이가 많은 형제가 어린 동생을 돌보면 자신과 상당 부분 같은 유전자를 후대에 더 많이 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 큰 동물이라도 불행을 당하면 동료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리즈 캠벨 교수는 지난 3일 같은 '영장류' 저널에 "모로코에서 자동차 사고로 다친 원숭이를 다른 무리가 입양한 모습을 관측했다"고 밝혔다. 이 원숭이는 사고 후 무리에서 떨어져 이틀간 홀로 지내다가 그곳을 지나는 다른 무리에 발견됐다. 원숭이는 4개월간 보살핌을 받고 기력을 회복한 후 원래 무리로 돌아갔다. 원숭이가 어린 새끼를 데려다 키우는 일은 종종 있지만 다 큰 원숭이를 입양해 돌보는 일은 처음 관측됐다.

과학자들은 동물도 동료의 죽음과 고통 앞에서 일종의 슬픔을 느끼며 이를 통해 집단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생존율을 높인다고 해석한다. 실제로 고통을 공감하는 행동은 영장류나 고래, 코끼리 같은 사회적 동물에서 자주 나타난다. 이 점에서 인간이 다른 이의 죽음에 슬퍼하는 행동은 동물에서 먼저 진화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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