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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규제 피한 재건축도 시세보다 5억 싼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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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는 28일 견본주택 문을 열고 분양에 들어가는 `서초그랑자이` 조감도. [사진 제공 = GS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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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강화된 분양보증 기준을 피한 서울 서초 무지개아파트 재건축 '서초그랑자이'(조감도)가 오는 28일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 일정을 시작한다.

서초그랑자이는 지난 21일 3.3㎡당 평균 4687만원의 분양가를 HUG로부터 보증승인을 받았다. HUG가 지난 6일 새로운 분양보증 기준을 발표하면서 24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에 서초그랑자이는 강화된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 마지막 단지가 된 셈이다. 지난해 분양한 서초우성1차 재건축 '래미안 리더스원'과 사실상 가격을 거의 동일하게 맞춘 것이 빠른 분양보증을 받는 데 득이 됐다는 평가다.

강화된 규정을 피했는데도 분양가가 주변 단지보다 수억 원씩 저렴해 벌써부터 분양 대기자들 사이에선 '강남 로또'로 통하고 있다. 타입별 분양가를 살펴보면 전용면적 59㎡가 11억1900만~13억1800만원, 전용 74㎡가 13억2500만~15억6100만원, 전용 84㎡가 14억5200만원, 전용 100㎡가 16억3000만원, 전용 119㎡가 18억92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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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그랑자이 전체 1446가구 중 일반분양 물량은 174가구이고, 이 중 170가구가 전용 59㎡(88가구)와 전용 74㎡(82가구)에 몰려 있다. 서초그랑자이 인근에 있으면서 2016년 입주해 비교적 새 아파트라는 평가를 받는 '래미안서초에스티지'의 전용 59㎡ 한국감정원 시세는 13억5000만~15억원이다. 서초그랑자이 전용 59㎡ 분양가가 가장 높은 물건도 3년 전 입주한 아파트보다 싼 것이다.

통상 분양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전용 84㎡가 서초그랑자이에선 일반분양으로 빠진 물량이 1가구밖에 없는 대신 틈새면적이라 할 수 있는 전용 74㎡에 포인트를 줬다. 전용 74㎡는 작년 같은 서초동에서 분양한 래미안 리더스원에서도 나온 면적인데, 당시 분양가는 14억~15억원대였다. 다만 물량은 7가구에 불과했다.

이번 서초그랑자이 전용 74㎡는 일반분양 물량이 82가구로 많은 편이고, 가격은 13억원대 초반부터 15억원대 중반까지로 책정돼 있다. 작년 10월 분양한 새 아파트와 비교해도 괜찮은 가격인 데다 서울시에서 '우수 디자인 인증'을 받아 발코니 인센티브가 주어져 면적이 넓게 빠졌다는 점 때문에 청약 대기자들의 관심이 높다.

전용 84㎡는 2층 1가구만 나왔는데, 가격은 14억5200만원이다. 래미안서초에스티지 전용 83㎡ 시세는 17억~19억5000만원이고, 2018년 입주해 좀 더 신축인 '래미안서초에스티지S'의 시세는 18억7500만~20억5000만원에 달한다.

서초그랑자이 전용 84㎡ 일반분양으로 나온 것과 같은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2층 매물은 지난달 17억5000만원에 팔렸다. 같은 층 기준으로 서초그랑자이가 3억원가량 저렴한 것이다.

단 3가구만 일반분양으로 나온 대형의 경우 분양가격 메리트가 더 크다. 인근 신축 아파트의 전용 101㎡ 시세는 이미 22억원까지 치솟았는데, 서초그랑자이 전용 100㎡ 분양가는 이보다 5억원 이상 저렴한 16억3000만원이다. 전용 119㎡도 18억9200만원에 나왔는데, 래미안서초에스티지S 전용 114㎡의 실거래가가 작년 24억원을 돌파했다. 대형은 당첨만 되면 5억원 이상 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큰 상황이다.

이제 24일부터 시행된 강력한 분양가 규제를 적용받아 분양가가 더 싸지면 아파트 분양시장은 '로또 싸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무주택 청약 대기자에게는 반가운 소식이 될 수 있지만, 일부 강남권 단지를 중심으로 후분양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어 서울 아파트 공급 지연과 이후 후분양 시 가격 폭등이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역시 GS건설이 시공을 맡은 영등포구 여의도동 '브라이튼' 아파트는 후분양을 고민하고 있고, 강남구 삼성동 '래미안 라클래시'도 선분양에서 후분양으로 갈지 논의 중이다.

또 후분양을 현실적으로 선택하기 어려운 비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조합은 '울며 겨자 먹기'로 HUG 분양가를 받아들여야 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는데, 이는 결국 분양시장의 양극화만 초래한다는 의견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후분양을 하려면 조합과 시공사가 막대한 금융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후분양을 했을 때 '완판'을 자신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 "강남권이나 용산, 여의도 등 부자 단지는 후분양이 가능할 수 있지만, 대부분 비강남권 재개발·재건축 사업지에서는 선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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