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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산토끼 잡으려다…" 지방은행, 거점지역 점유율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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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지방은행, 거점지역 시장점유율 하락…"수도권 공략 동시에 거점지역 영업 강화해야" 지적]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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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들이 수도권 진출에 속도를 내는 사이 거점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잃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토끼' 잡는데 집중하느라 정작 '집토끼'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 여신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DGB대구은행의 지난 1월 기준 대구·경북 지역 여신 점유율은 24.8%로 2017년 1월(27%)보다 2.2%포인트 감소했다.

다른 지방은행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경남은행(24.12%→23.78%), 전북은행(25.93%→24.06%)도 거점지역에서 여신 점유율이 떨어졌다. 부산은행의 부산 지역 여신 점유율은 2016년 말 26.8%에서 지난해 말 25.9%로 줄었고, 광주은행(24.9%→20.4%)과 제주은행(29.26%→25.77%)도 각각 광주·전남, 제주에서 2년 새 시중은행에 여신 점유율을 내줬다.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 수신 점유율도 하락 추세다. 제주은행과 경남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지방은행은 최근 2년 간 각 거점지역에서 최소 0.2%포인트에서 최대 7.7%포인트까지 수신 점유율이 떨어졌다.

이 같은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에서의 시장 점유율 하락 원인으로 최근 몇 년 간 수도권 진출에만 집중한 지방은행들이 정작 집안 단속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3년 간 6개 지방은행의 국내 전체 점포 수는 30개(965개→935개) 줄어든 반면 수도권 점포 수는 57개에서 74개로 17개 늘었다.

일각에선 지방은행들의 수도권 진출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본다. 지역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지역에서 양질의 대출수요가 줄었고, 그나마 안정적 대출처가 남아 있는 수도권으로의 진출을 강화할 수밖에 없었단 것이다. 광주은행의 경우 2017년 1분기 31.8%였던 수도권 여신 비율이 올해 1분기 34.5%로 2.7%포인트 올랐지만 같은 기간 광주 지역 여신 비율은 49.8%에서 48.4%로 줄었다.

지방은행의 수도권 영업 확대보다 금융 당국의 정책과 시중은행들의 지방 영업 드라이브가 더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의 위험 가중치는 15% 올리고, 자영업을 제외한 기업대출 위험 가중치는 15% 낮춘 새로운 예대율 규제를 내년부터 도입하기로 하면서 이에 대응한 시중은행들이 새로운 중소기업 대출처를 찾아 지방 영업을 공격적으로 펼친 결과란 설명이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은 수도권 진출 관련 속도 조절에 나선 상태다. 각각 2016년과 2017년을 끝으로 수도권에 신규 점포를 내지 않고, 기존 점포의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예대율 규제 강화 등 전체적인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시장점유율 추이를 예의 주시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강화로 은행의 비대면 영업이 일상화하면서 지방 고객들의 은행 선택권이 이전보다 훨씬 늘어났다"며 "금리 등 혜택을 꼼꼼히 따져 자신에게 유리한 은행을 선택하는 게 시대적 흐름이 되면서 지방은행들의 거점지역 점유율도 하락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지방은행들이 존립 기반인 거점지역의 점유율을 지켜야 하는 당위성을 모르는 건 아니다. 김기홍 JB금융 회장은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연고지역에서의 시장 지위를 유지하고 증대시키면서 수도권 영업을 해야 한다"며 "같은 금액이라도 연고지역에서 증가분이 생기는 게 지방은행의 핵심 가치"라고 말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지방은행들이 앞다퉈 수도권 영업을 강화하면서 거점지역 영업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수도권 틈새시장 공략은 계획대로 진행하되, 거점지역에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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