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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C·C·D학점… 文정부 경제정책이 가장 큰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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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C' 'D'.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경제학회를 이끌었던 3명의 전직 경제학회장이 평가한 현 정부의 경제정책 성적표다. 한국경제학회는 국내 경제학 대표 학회이자 다른 경제학회들의 모(母)학회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직 학회장들은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연구원 주최 특별 좌담회에 참석해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인 궤도 수정이 필요하다"며 쓴소리를 쏟아냈다.

조선비즈

한국경제연구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前) 한국경제학회장 3명을 초청해 개최한 경제정책 특별좌담회에서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 구정모 CTBC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김경수 명예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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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장옥 서강대 명예교수(46대 회장)는 경제의 하향화 추세는 당분간 막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 교수는 "이 정부 들어서 성공적인 경제정책이 하나도 없었다"며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경제에 주름살 생기는 정책만 펴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은 더 나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안 하고 있는 것은 자해 행위나 다름없다"며 정책 리스크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소로 꼽았다. 조 교수는 "대내적인 정책 불확실성이 지금의 제조업 엑소더스를 만들었다"며 "분배 정책을 펴기 위해서는 경제가 더 잘 돌아가야지 경제를 망쳐서는 분배 정책을 펼 수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전직 학회장들도 올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4%로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데 대해 당분간 이 추세가 유지되거나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경수 성균관대 명예교수(48대 회장)는 글로벌 경제가 대침체에 빠졌던 2011년부터 한국 경제는 2~3%대로 성장이 둔화되며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급격히 하락했는데 이 추세가 최근 더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산성을 높이지 않는다면 저성장 추세는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정모 대만 CTBC 비즈니스 스쿨 석좌교수(47대 회장)는 "2013년부터 만성적인 장기 침체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데, 우리는 반도체 호황 착시로 인해 이런 문제점을 잊고 정책 실험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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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학회장들은 정부 주도의 경제정책을 폐기하고 시장 주도의 과감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고용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 점점 컨센서스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구 교수도 "정부 주도 고용이라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며 "기업이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노동의 유연성을 높이고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소득 주도 성장, 공정 경제, 혁신 성장, 제조업 르네상스와 같은 요란한 정책 구호보다 내실 있고 일관성 있는 전략 추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현재 1인당 소득이 3만3346달러인데 연 1.84%만 성장해도 2030년 4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며 "정상적으로 경제를 운용한다면 제조업 르네상스 없이도 2030년 1인당 소득 4만달러 달성은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경제를 잘 모르면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을 옆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세 번째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새로 임명했는데, 이번에도 성향이 다른 사람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며 "이번 인사도 실패하면 대통령의 실패다. 밉더라도 경제를 잘 아는 사람을 가까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김 신임 정책실장에 대해서도 "그동안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재벌 문제를 주로 다뤄 왔는데, 재벌을 겁박하듯이 다른 민간 경제를 다루면 필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직 학회장들은 최근 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는 금리 인하에 대해서는 시기가 늦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또 추경의 정책 효과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김경수 교수는 정부가 경기 부진 원인을 생산성 침체가 아닌 경기 순환 과정 중에 일어나는 경기 하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정모 교수는 추경에 대해 "언 발에 오줌 누는 것처럼 경기 부양 효과가 상당히 제한적인 구색 맞추기용 정책"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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