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넥슨 매각장기화, 막전 막후]③카카오·넷마블, 의지만으로는 힘들었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 후보별 인수 전망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넥슨 매각이 사실상 카카오와 넷마블의 대결로 좁혀진 가운데 거래 백지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NXC 측은 공식적으로 이에 대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있다. 거래가 장기화될지, 매각이 완전히 무산될지 또는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될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20일 게임업계와 투자업계를 인용해 "넥슨은 최근까지 인수전에 뛰어든 카카오와 막판 협상을 진행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나오기 앞서 시장 전문가들은 넥슨 매각 향방에 대해 예측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인수 후보자들의 거래 동기가 충분하다는 점과 김정주 회장이 수긍할만한 거래 액수를 맞추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카카오와 넷마블의 인수 시너지 효과는 넷마블 쪽에 좀더 기울었다. 그러는 한편 일각에선 과도한 시너지 기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코노믹리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카카오, 추가 투자 부담감 발목 잡았나

카카오의 넥슨 인수 여력에 대해서는 평이 갈리지만 다소 불리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인수 자금이다. 이미 다방면에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카카오에 넥슨 인수 같은 빅딜은 무리라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A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이미 모빌리티와 핀테크 등 신사업에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상황인데 인수금액 약 15조원이 거론되는 기업을 산다는 건 카카오 투자자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애널리스트는 “카카오가 돈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카카오가 넥슨을 욕심내는 이유는 개발과 퍼블리싱 역량에서 힘을 얻을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적지 않은 비중으로 게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회사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단순 플랫폼 제공자를 넘어 개발과 퍼블리싱 역량을 갖춘 글로벌 게임사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간 PC 온라인 게임 검은사막과 배틀그라운드의 국내 서비스를 맡아 성과를 거두었고 최근 모바일에서도 퍼블리싱 게임이 준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자체 개발 게임은 카카오 IP를 활용한 캐주얼 모바일 게임에 국한됐다는 점과 글로벌 퍼블리싱 능력은 검증하지 못했다는 대목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넥슨을 인수한다면 이런 고민을 많은 부분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아직 자체 개발한 캐시카우가 없다”면서 “과거엔 ‘for kakao’로 대표되는 채널링 서비스만으로도 게임 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카카오는 퍼블리싱 능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결국엔 개발력도 키워 퍼블리싱과 개발을 아우르는 종합 게임 업체로서의 성장이 목표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투자금이 필요해 지난해부터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코노믹리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마블, 돈과 이해관계…무게 추는 어디에

넷마블의 경우 카카오보다는 인수 여력이 낫다고 평가받는 분위기다. 가지고 있는 현금성 자산은 카카오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게임 사업을 전적으로 영위하고 있는 업체라는 점과 인수 이후 시너지 기대감이 높아 자금 조달에도 유리할 것이라는 평이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넷마블이 컨소시엄을 주도하는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끼어 들어가고 현재 가지고 있는 현금에 펀딩을 더 한다고 하면 자금은 크게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넷마블은 넥슨과의 이해관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과거 넥슨이 엔씨소프트와 경영권 분쟁을 할 당시 넷마블이 사실상 엔씨의 백기사를 자처한 이력이 있다. 그에 앞서서는 인기 FPS 게임 서든어택의 서비스권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또한 넷마블과 넥슨은 업계 내에서도 기업 문화의 결이 많이 다르다는 평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례를 원인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앞서 NXC는 넷마블에 예비 입찰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

넷마블이 만약 넥슨을 인수할 경우 단숨에 국내 1위 게임 업체가 된다. 이는 상징적인 변화이긴 하지만 좀더 독점적인 위치를 점해 대형ㆍ중견 게임사들과의 경쟁에 유리해질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넷마블은 현재 모바일 게임 사업만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넥슨 인수시 PC게임 라인업을 갖추게 되는 점도 큰 변화다.

특히 넷마블의 넥슨 지식재산권(IP) 활용에 기대감이 크다. 넷마블은 자체 IP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아직 가장 많은 매출을 내는 게임들은 대부분 외부 인기 IP를 빌려온 타이틀이다. 리니지2레볼루션,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일곱 개의 대죄 등이 그 예다. A증권가 애널리스트는 “넷마블은 새로운 IP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넥슨 인수로 이를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좋은 거래다”고 평했다.

B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넷마블은 모바일, 넥슨은 PC에 강한 상황에서 양사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고 넷마블이 넥슨이 보유한 IP를 모바일 게임으로 가장 잘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로 카카오보다는 넷마블 인수에 기대감이 좀더 크다는 의미다.

D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일본 시장에서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가 흥행하는 것처럼 넥슨 IP를 활용한 게임을 잘 만들면 국내는 물론 일본 시장도 공략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모펀드 배제 기조 이어갔나

게임 업계 관계자들은 대체로 사모펀드에 넥슨이 팔리는 걸 우려한다. 애초에 경영보다는 기업 가치 제고를 통한 차익 창출에 방점을 찍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비용감축 등이 뒤따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변화는 도전ㆍ창의성을 전제로 하는 게임 개발에 좋은 신호는 아니다. 만약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면 게임 업계의 구직난이 문제가 될 여지도 있다.

이런 부담감에 김정주 회장이 FI보다는 SI로의 매각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A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통상 FI는 엑시트할 때 사업부를 쪼개서 매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런 경우 넥슨이라는 그룹의 정체성에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넥슨에 애착이 남아있는 김정주 회장 입장에서는 인수후보와 분리 매각을 지양한다는 등의 논의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D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로 “MBK파트너스에 팔리게 되면 넥슨의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게임 업체에 팔리는 게 넥슨 입장에서는 더 나을 것이다”고 밝혔다.

반면 사모펀드 인수를 부정적으로만 판단할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사모펀드 입장에서도 거래 금액이 워낙 커서 단순히 단기간 비용효율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키우고 차액 거래를 노리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몇천억 수준의 거래에서는 인큐베이팅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모펀드가 회사 가치를 단기간에 올리고 몇 년 후 파는 경우가 많지만 넥슨 거래를 그런 프레임에 집어넣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게임 시장의 이례적 빅딜 성사에 관심이 모인 가운데 아직 일어나지 않은 현상의 이면을 보고 과도하게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 업종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대부분의 굵직한 인수합병(M&A)는 하나의 로망처럼 작동해 시장 전체 지수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작 M&A 이후엔 해당 업체들 간 시너지가 작동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평이다.

C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넥슨 인수자가 넷마블과 카카오 중 어느 쪽이 되든 M&A를 통해 각자 보완해 줄 수 있는 영역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빠르게 메워 획기적인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장밋빛 예측은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예를 들어 넷마블은 현재도 2000명이 넘는 개발 인력을 갖추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ARㆍVR, 블록체인, 클라우드 게임 등 신기술 게임 개발을 진행할 경우 넥슨과의 시너지가 난다고 보기엔 애매하다”고 말했다. 또한 퍼블리싱이나 마케팅 차원에서도 넷마블은 이미 글로벌 퍼블리싱 역량과 인지도를 갖췄기 때문에 영량이 중복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꾸준히 제기되온 유찰 가능성 현실되나?

결국 넥슨이 팔리지 않고 유찰될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되온 주장 중 하나다. 위에서 언급한 천문학적인 추정 거래 규모에 따른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 조달 문제 때문이다. 기업 가치 제고를 고려하겠다는 김 회장의 의지도 거래 자체에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

매각 유찰은 넥슨 직원들 입장에서 가장 바라는 그림이기도하다. 게임 시장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업계 관계자 및 일부 게이머들도 이 시나리오를 이상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다만 김정주 회장이 여러차례 본입찰을 연기하며 6개월 동안이나 거래를 이어온 점으로 봤을 때 넥슨 매각 의지가 꺾였다고 보긴 힘들다. 시장에서도 입찰 지연은 김 회장이 인수 후보자들의 자금 조달 기회를 충분히 주기 위함으로 풀이했다. 이에 매각 계획이 장기화 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전현수 기자

-Copyright ⓒ 이코노믹리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