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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팝인터뷰①]'기생충' 박명훈 "히든카드..'누구지?' 반응에 짜릿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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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배우 박명훈/사진=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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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이미지 기자] “처음엔 부담..손해 볼 게 없단 생각으로 즐겼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영화 ‘기생충’에서 히든카드로 소름 끼치는 연기를 펼친 배우 박명훈. ‘기생충’을 관람한 관객들이라면 ‘근세’ 그리고 박명훈을 한 번씩 검색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칸에도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들과 함께 갔지만, 스포일러로 꽁꽁 숨어 있다가 8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지금에서야 수면 위로 올라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박명훈은 자신의 캐릭터가 기이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평범하게 접근했다고 밝혀 흥미로웠다. 또 공식석상에 나설 수 없었던 게 아쉽기보다는 짜릿했다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봉준호 감독이 ‘재꽃’ 그리고 그 작품 속 박명훈의 연기를 좋게 보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 이는 ‘기생충’ 캐스팅으로까지 이어졌다.

“‘재꽃’ 개봉이 ‘옥자’ 공개 시점과 비슷했는데 ‘옥자’가 넷플릭스 작품이다 보니 전체적인 개봉을 못하고 조그마한 극장들에서 선보이지 않았나. 감독님도 무대인사 다닐 때라 바쁘셨을 텐데도 우리 영화를 보고 2시간 정도 GV 진행을 해주셨다. 독립 영화에 힘주시려는 감독님께 되게 감사했다. 내 연기에 대해서도 엄청난 극찬을 해주셨다. 그리고 8개월 후 캐스팅 연락이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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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 박명훈/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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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훈은 극중 ‘박사장’(이선균)네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의 남편 ‘근세’ 역을 맡았다. ‘근세’는 개봉 전까지만 해도 알려지지 않은 캐릭터였지만, ‘기생충’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핵심 존재다. ‘기생충’이 첫 상업 영화인 박명훈의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라 깜짝 놀랐다. 이래서 봉준호 감독님의 명성이 대단한 거구나 싶었다.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내 캐릭터는 생각 안 하고 읽다가 나중에 보니 내가 히든카드더라. 임팩트가 세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을지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송강호 선배님을 비롯해 쟁쟁한 배우들이 많지 않나. 난 무명이라 손해 볼 게 없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근세’는 비주얼, 말투 등 모든 면에서 기이하다는 단어와 아주 어울리는 캐릭터다. 외형적으로 머리숱을 없애기도, 체중을 감량하기도 한 박명훈이지만 캐릭터 자체는 평범하다고 해석했단다.

“나 역시 기이함으로 초점을 맞췄는데 감독님과 촬영 전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 생각이 틀린 걸 알았다. 감독님이 규정지어 캐릭터를 설명하시지는 않아서 혼자 ‘근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순하고 사기 당하기 좋은 사람 같았다. 회사를 열심히 다니다 명예퇴직을 당하고, 자영업을 시작했다가 망해 빚이 쌓였다고 상상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평범한 인물로 접근하려고 했다.”

이어 “촬영 한 달 전부터 세트장에 있는 내 공간 지하에 있어봤다. 한 공간에만 있으니 사람이 몽롱해지고, 말도 어눌해지더라. 평범한 사람이 기이해지는 현상이라고 할까. 8kg 체중을 감량하기도, 숱 가위로 머리를 일부러 치기도 했다. 그러니 반 대머리식으로 나온 것 같다. 얼굴도 하얀 편이라 까무잡잡하게 태닝을 했었는데 원래 모습으로 살이 찌고 헤어스타일도 달라진데다 얼굴도 하얘지니 많은 분들이 같은 사람인지 모르시더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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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명훈/사진=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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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박명훈은 ‘기생충’에서 존재 자체가 스포일러인 캐릭터로 분한 만큼 제72회 칸국제영화제에 가서도 공식석상에 나설 수는 없었다.

“칸에 가서 관객들과 섞여 영화를 봤다. 뮤지컬 보는 듯 굉장한 환호를 받아서 깜짝 놀랐다. 상영 후에는 칸에 머무르면 안 될 것 같아서 매니저와 니스 자유여행을 했다. 30분밖에 안 걸리더라. 그러다 밤에는 숙소로 돌아왔다. 다른 배우들은 일정이 너무 쉴 틈 없이 바빴다 보니 내가 부럽다고 하더라.”

“‘기생충’을 다섯 번 봤는데, 볼 때마다 다른 각도로 보여지는 것 같다. 볼 때마다 달라지는 희한한 영화다. 내가 독립 영화를 하긴 했지만, 대중적으로는 알려진 배우가 아니지 않나. 숨어 있다가 나왔을 때 ‘누구지?’ 반응이 있었으면 했다. 개봉까지 숨기고 있었는데, 짜릿했다. 관객들이 나와 이정은 누나를 놀라워해주시고 좋은 평들을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기쁜 마음이다. 하하.”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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