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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文 "비리 사학 근본대책 마련하라"…14년전 사학법 논란 다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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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사학법인의 비리에 대한 엄정 대응 원칙을 밝혔다. 노무현 정부때 무산됐던 사립학교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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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은 "부패 사건을 개별적으로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며 "반부패가 풍토가 되고 문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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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교육부 감사 결과 일부 사학법인의 횡령과 회계부정이 드러났다”며 “회계ㆍ채용ㆍ입시부정 등 비리 발생 대학에 대한 집중 관리와 대학 감사에 대한 교육부 감독을 강화해 학생ㆍ학부모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3차 회의 때 권력형 적폐 청산에 이은 생활적폐로 척결 대상을 확대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든 사례 중 하나가 유치원 학사비리였다. 이후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ㆍ유아교육법ㆍ학교급식법 개정안)이 지난해 12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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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단체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관계자들이 25일 오후 서울 국회 앞에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과 정부의 유아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반대 총궐기대회를 열고 손팻말을 흔들고 있다. 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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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이 이날 사학비리에 대해 “학생들에게 시민의 윤리와 책임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저질러진 부정이라는 점에서 더 큰 충격을 던지고 있다”며 “국민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교육부총리를 중심으로 관계기관과 부처가 힘을 모아 신속한 대응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이처럼 강도높은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에 유치원 비리 때처럼 입법화 수순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사립학교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현재 사학 재단이 스스로 선임하는 외부 감사인을 교육부장관이 선임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셀프 선임’ 감사가 비리에 눈을 감아온 관행을 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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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4차 반부패정책협의회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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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은 정치적 부담이 큰 사안이다. 2005년 12월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과반 의석을 확보한 뒤 직권상정을 통해 사학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그러자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53일간 장외집회로 맞섰다. 사유재산 부정과 함께 전교조의 학교 장악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결국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재개정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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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안 강행처리에 반발해 서울 시청앞 광장에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연 당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 등 의원과 사학 및 학부모단체 회원들이 사학법 전면무효를 외치며 촛불행진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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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으로 사학법 개정을 추진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한국당에는 사학재단과 관계가 있는 의원들이 많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부친이 이사장인 홍신학원에서 10여년간 이사로 일했다. 장제원(동서학원), 정진석(혜전학원), 김무성(용문학원), 강석호(벽산학원) 의원 등도 본인 또는 가족이 사학재단을 소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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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7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찬열 교육위원장이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을 신속처리(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처리하려 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반발해 회의장을 떠나 의석(아래쪽)이 비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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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문 대통령은 사학비리와 함께 “고액 상습 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더는 특권을 누리지 못하도록 국세청과 관련 부처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공동체에 대한 의무를 고의로 면탈하고 조세정의 가치를 무너뜨리는 악의적 고액 상습 체납자는 반드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일부 요양원이 기준 이하 인력을 배치하고 운영을 속여 부정으로 수급하고 보조금을 착복했다”며 “요양기관의 회계ㆍ감독ㆍ처벌 규정을 강화하라”며 “불법을 유발하는 구조적 요인을 과감하게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며 곳곳에 뿌리내린 반칙ㆍ특권을 일소하고 공정ㆍ정의 원칙을 확고히 세울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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