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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IF] 지구 자기장 91만배 초전도 자석 개발… MRI 획기적 개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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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지구보다 91만 배 강한 자기장을 만들 수 있는 초전도 자석을 개발했다. 초전도는 섭씨 영하 200도 이하의 극(極)저온에서 전기 저항이 '0'으로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지금보다 성능이 수십 배 뛰어난 암 진단용 자기공명영상(MRI)과 핵융합장치, 초고속열차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승용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지난 13일 "미국 국립고자기장연구소와 함께 초전도 자석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인 45.5테슬라(1테슬라는 지구 자기장의 2만 배)의 자기장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는 지난 1999년 고자기장연구소가 세운 최고 기록(44.8테슬라)을 20년 만에 뛰어넘은 것이다. 냉장고 문이나 모터에 들어가는 자석이 0.01테슬라 수준이다. 한국이 개발한 인공태양 핵융합 장치인 KSTAR에 들어가는 초전도 자석(7.5테슬라)과 비교해도 매우 높은 자기장 세기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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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도 자석이 들어가는 각종 장비들은 자기장의 세기가 강할수록 성능이 좋아진다. MRI의 경우 자기장 세기가 강할수록 더 많은 수소 이온이 반응해 더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암 진단용 MRI 자기장 세기가 3테슬라 수준이고, 연구용 고성능 MRI는 11테슬라 정도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1600억원 이상을 들여 14테슬라 MRI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정도면 해상도가 0.05㎜로,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나, 치매로 막히는 미세 혈관을 구분할 수 있다. 한 교수는 "45테슬라 이상 MRI는 현재 검사 장비로 불가능한 치매 조기 진단까지도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초전도 자석의 자기장을 높이려면 전류를 더 많이 흘리면 된다. 하지만 전류가 일정 수준 흐르면 자석 내부 코일이 타버린다. 연구진은 기존 초전도 자석에 들어가는 절연물질(세라믹)을 제거해 전류를 더 많이 흐르게 했다. 동시에 코일 전선이 과열되면 전류를 다른 전선으로 우회하도록 만들어 초전도 자석을 보호했다. 한 교수는 "현재 전기와 자기장 없이 작동하는 전자 장비가 거의 없기 때문에 자기장을 지금보다 크게 높인다면 초소형 핵융합 장치 개발 등 산업 환경에 큰 파급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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