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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조금 특별했던 1392번째 수요시위…분쟁국가 여성들 마이크를 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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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2019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 맞아

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코소보 등 전쟁 중 성폭력 피해 생존자들 참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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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사회에서 (전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조처를 하지 않은 나라는 우간다·콩고민주공화국·중앙아프리카·나이지리아·코소보·남수단 등이 있습니다.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전시 상황 중에 반복돼 일어나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제대로 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피해 경험에 대해 얘기해주신 할머니들의 노력에 감사하며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제대로 된 배상이 취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졸리 그레이스 레이커 오콧(51) 우간다 내전 성폭행 피해자 지원 단체 ‘웬드 아프리카’ 대표



“콩고민주공화국에선 매일 같이 분쟁이 일어납니다. 분쟁의 주요한 피해자는 다름 아닌 여성입니다. 무장단체들의 목적은 여성들을 강간하는 것입니다. 이런 가해자들은 처벌을 전혀 받지 않아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도 다음날 버젓이 길을 활보합니다. 남성 여러분 모두 더 이상 여성 노예화하는 걸 중단합시다! 여성에 대한 노예화를 중단하라!” - 보나네 부제소 아킴 (35) 콩고민주공화국 전시 성폭력 피해자 지원단체 ‘ 레메드 ’ 활동가

19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열린 1392번째 수요시위는 조금 특별한 자리로 빛났다.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이용수 할머니와 함께 우간다와 콩고민주공화국, 코소보 등 분쟁지역에서 온 특별한 손님들이 참여해 국제적인 집회가 됐다. 이날은 유엔(UN)이 정한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이다.

‘일본군 성노예제(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기억연대)가 주최한 이날 수요시위 참가자들은 “유엔이 제시한 국제인권원칙(사죄·배상·재발방지조치)에 따라 전시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라”고 입을 모았다. 오콧 ‘웬드 아프리카’ 대표는 “우리는 전시 전쟁 중 성폭력 가해자들이 책임지고 제대로 된 행동을 취하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이러한 참상에 대해서 아무런 책임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생존자로 불리는 피해자들이 제대로 된 배상과 행동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전시 성폭력 추방의 날’은 유엔평화유지군의 성폭력 범죄 처벌을 강화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820호가 채택된 날(2008년 6월19일)을 기념해 2015년 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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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위 현장에선 ‘제2회 김복동 평화상’ 시상식도 열렸다. 상은 코소보 분쟁 성폭력 피해자인 바스피예 크라스니치-굿맨(37)에게 돌아갔다. 앞서 바스피예는 지난해 8월 제6차 세계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 때 한국을 찾아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직접 만났고, 그해 10월 처음으로 국제 심포지엄에서 전시 성폭력 피해 경험에 대해 공개 증언했다.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 바스피예는 “제2회 김복동 평화상은 수상은 저뿐만 아니라 2만명 코소보 (전시 성폭력 피해) 생존자에게도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김복동 평화상은 지금까지 목소리를 내지 못한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용기를 줄 것이다. 세계에서 전시 성폭력이 여성에 대한 무기로 쓰이는 것을 멈추게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관련 기사 : “김복동 할머니 ‘절대 포기하지 마라’ 말씀 따를 거예요”) 김복동 평화상은 전시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국외 활동가와 여성 인권단체를 발굴·지원하고 전시 성폭력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2017년 제정된 상이다.

인천 남동초등학교 학생 등 시민 500여명도 ‘세계가 요구한다 공식사죄! 법적배상!’ ‘할머니에게 명예와 인권을!’ 등이 적힌 종이 팻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했다. 남동초등학교 학생들은 위안부 소녀를 본뜬 배지를 직접 만들어 판매해 모은 기금 72만여원을 정의기억연대에 기부하기도 했다. 남동초등학교 6학년 1반 박준희(12)양은 “한명 한명의 작은 마음이 모이면 평화의 소녀상을 지키고 일본의 사과를 받을 수 있는 엄청난 힘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해 직접 배지를 만들어 팔아 열심히 성금 활동을 했다”며 “국민이 기억해야 같은 아픔이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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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기억연대는 오는 2020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활동 30주년을 맞아 우간다에 ‘김복동 평화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센터에는 김 할머니 추모관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역사관, 우간다 내전 역사관, 생존자 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선 길원옥 할머니가 센터 건립기금으로 5백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정의기억연대는 결의문을 통해 “이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미투(ME TOO)에, 세계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에 범죄자들의 인정과 사죄, 법적 배상이 이뤄지도록 각국 정부와 국제 사회는 응답해야 한다”며 “일본 정부는 유엔 인권기구의 권고대로 일본군 성노예제 범죄 인정, 공식사죄, 법적 배상,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영구적 해결을 위한 모든 조치를 이행하고, 유엔 등 국제 사회는 세계 각지의 전쟁 중 발생한 성폭력 피해자들의 배상, 원상회복, 재발방지에 대한 권리를 포함한 피해자들을 위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강구하고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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