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프로배구 V리그

'식빵' 버리고 부드러움 더한 여자 배구 리더 김연경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18일 보령에서 열린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 선수들을 독려하는 김연경(가운데).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배구 여제' 김연경(31)이 달라졌다. 거침없이 '식빵'을 굽던 강한 카리스마에 '부드러움'까지 더했다. 연이은 패배에도 팀원들을 다독이며 도쿄올림픽이란 목표를 향해 전진한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여자 배구 대표팀은 큰 인기를 누렸다. 대다수 구기 종목들이 부진한 가운데 승승장구하며 8강까지 올라갔기 때문이다. 아쉽게 네덜란드에 분패해 메달 획득엔 실패했지만 배구 인기가 크게 올라갔다. 특히 주장이자 주포인 김연경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경기 중 자신도 모르게 격한 말을 해 '식빵 언니'란 별명을 얻었다. 방송계와 광고계에서도 김연경을 서로 모시려고 했다. 여성이 여성에게 환호하는 '걸 크러시'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중앙일보

VNL 4주차 이탈리아 경기를 마친 뒤 함께 사진을 찍은 여자 배구 대표팀. [사진 김연경 인스타그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김연경은 배구 인생 최대 시련을 겪고 있다. 소속팀과 대표팀 모두 어려운 시기다. 중국을 떠나 터키로 돌아간 김연경은 명문 클럽 엑자시바시에 입단했다. 엑자시바시는 내심 5관왕(터키 리그·컵·세계클럽 선수권·유럽배구연맹 리그)을 노렸으나 터키 컵과 슈퍼컵, 2관왕에 머물렀다. 무엇보다 김연경의 비중이 줄었다. 팀 내 주포인 티아나 보스코비치(세르비아), 미국 대표팀 주장 조던 라슨 위주로 경기를 풀었기 때문이다. 늘 주연이던 김연경이 조연이 된 것이다. 김연경은 "이런 건 처음이다. 팀에서 원하는 부분을 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대표팀은 더 참담하다. 이재영·박정아·양효진·김수지·김해란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 탓에 발리볼네이션스리그 16개국 중 최하위다. 18일 충남 보령에서 열린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고비를 넘지 못하고 1-3으로 졌다. 김연경이 집중 마크를 뚫고, 양팀 통틀어 가장 많은 42개의 공격을 시도해 19개를 성공시켰지만 역부족이었다.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 스테파노 라바리니(40·이탈리아) 감독이 부임한 뒤 훈련시간이 모자라긴 했지만, 2020 도쿄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입장에선 당혹스러운 결과다.

김연경은 의연했다. 팀의 리더답게 경기 내내 선수들을 독려했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흥분하는 대신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그래도 특유의 승부욕은 여전했다. 20점대에선 계속해서 김연경이 공격을 도맡았다. 4세트 막판 범실이 나오긴 했지만, 장신 블로커 2, 3명을 제치고 득점으로 연결했다. 주심의 어이없는 실수에는 강하게 어필을 하다 경고를 받기도 했다. 경기 뒤 만난 김연경은 "내가 합류한 뒤 팀이 7연패를 당했다. 솔직히 이기지 못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라바리니 감독과 김연경 (보령=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8일 충남 보령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9발리볼네이션스리그 여자대회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대한민국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김연경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19.6.18 psyki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연경은 좀처럼 '우는 소리'를 하지 않는 타입이다. 하지만 지난겨울 터키에서 만난 김연경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도쿄올림픽에서 명예롭게 은퇴하고 싶지만, 언니들 없이 팀을 이끄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아픔을 겪으면서 김연경은 더 강해지고 있다. 도미니카전 뒤 김연경은 세터 이다영에게 걸어가 등을 두드리며 공격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연경이 전보다 후배들에게 더 편안하게 다가가면서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다. 이주아, 박은진 등 10살 이상 어린 선수들도 장난을 친다. 그만큼 김연경이 자신을 내려놓고 팀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과도 많 대화를 나누며 팀 전술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라바리니 감독은 "김연경이 팀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보령=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