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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은밀하게… 황홀하게… ‘시크릿 스팟’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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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만 열리는 회야댐생태습지·제주 거문오름길… 갓 개장한 서울식물원… “아는 사람만 즐겨요”

세계일보

‘…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고 /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않은 길’ 중)

언제든 편히 갈 수 있는 곳도 좋지만, 가보지 않은 길은 더욱 특별하다. 인생을 빗댄 글이지만, 여행지를 선정할 때도 잘 들어맞는다. 일 년에 딱 열흘만 열리는 오름길과 이제 막 문을 연 역사공원….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한시적으로 개방하거나 새롭게 꾸려진 여행지 등 ‘숨은 관광지’ 사업을 추진한다. 지난달 국민들이 추천한 1236개의 관광지 중 관광전문가로 구성된 선정위원회를 통해 6개 관광지를 엄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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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들이 연꽃이 만발한 회야댐생태습지를 걷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일 년에 딱 한 달… 울산 ‘회야댐생태습지’

울산 울주군 회야댐생태습지는 노방산이 마주 보이는 통천마을 앞 강변에 있다. 습지를 끼고 돌아가는 강줄기가 안동 하회마을 못지않게 멋진 곳이다. 하지만 이 기름진 땅은 1982년 회야댐이 건설된 이후 잡초로 무성했다. 통천마을 일대가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주민이 인근 옥동과 무거동으로 이주한 탓이다. 주인 잃은 논밭에 새 생명이 싹튼 건 2003년 이곳에 친환경 정화시설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다. 6년 뒤 주인 잃고 헛헛하던 땅이 연과 갈대, 부들이 가득한 습지로 다시 태어났다. 7월21일부터 단 한 달 동안만 연꽃이 만발하는 회야댐생태습지를 방문할 수 있다. 회야댐생태습지 탐방은 통천초소 안 만남의광장에서 생태습지까지 왕복 4㎞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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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식물원 전경. 한국관광공사 제공


◆‘국내 최초’ 타이틀… ‘서울식물원’ ‘식민지역사박물관’

지난달 1일 정식 개원한 서울식물원은 국내 최초의 야외 식물공원을 표방한다. 서울식물원을 대표하는 식물문화센터(온실)는 열대와 지중해 지방에 있는 세계 12개 도시의 식물을 입체적으로 관람하는 공간이다. 아마존에서 처음 발견된 아마존빅토리아수련,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바오바브나무 등 평소 보기 힘든 식물이 가득하다. 우리나라 자생식물을 만나는 주제정원(야외)도 볼거리. 식물문화센터 1층에는 카페, 씨앗도서관 등 다양한 부대시설도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식민지역사박물관은 국내 최초 일제강점기 전문 박물관이다. 을사늑약에 가담한 권중현이 받은 한국 병합 기념 메달과 증서, 순종 황제의 칙유와 데라우치 통감의 유고 등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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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관광객이 제주 거문오름의 용암길을 걷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열흘만 열리는 비밀 원시림… 제주 ‘거문오름 용암길’

오름 여행은 화산섬 제주를 오롯이 느끼는 방법이다. 360여 개 오름 중에서 거문오름은 특별하다. 천연기념물 444호로 지정·보호될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거문오름에서도 용암이 흐른 길을 따라 이어진 ‘용암길’은 1년 중 거문오름국제트레킹이 진행되는 기간(7월20∼28일)에만 공개된다. 사람 발길이 닫지 않은 원시림에서 신비로운 거문오름을 탐방하는 절호의 기회다. 용암길에는 붕괴 도랑과 용암 함몰구 등 독특한 지형이 발달했으며, 식나무와 붓순나무 등 희귀 식물이 군락을 이룬다. 숯가마 터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등 역사유적도 볼 수 있다. 용암길을 걷고 나면 타임머신을 타고 수만년 전으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든다.

◆폐허에서 예술 단지로… 전주 ‘팔복예술공장’

전주 팔복예술공장은 옛 건물을 재생한 예술 창작소이자 문화 플랫폼이다. 원래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25년 동안 방치되다가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 사업’에 선정돼 기지개를 켰다. 2년 가까운 준비 기간을 거쳐 2018년 3월 A동 중심으로 개관했다. 팔복예술공장 A동은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입주 작가의 스튜디오와 카페 ‘써니’가 있다. ‘써니’는 옛 공장 ‘썬전자’와 노동자 소식지 ‘햇살’에서 따온 이름이다. 전시는 주로 2층 전시장과 옥상에서 이뤄진다. 오가는 통로에서 공장 시절 흔적이나 기억이 담긴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 2층은 컨테이너 브리지로 B동 입구와 연결되는데, 그 아래를 받치는 컨테이너는 만화책방과 그림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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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전시관에 1930년대 고랑포구 나루터의 모습이 재현돼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갓 개장한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

연천 고랑포는 임진강을 통해 물자교류의 중심 역할을 한 포구였다. 6·25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쇠락해 나루터의 흔적조차 남지 않았지만 옛터에 온기를 불어넣는 작업은 진행 중이다. 임진강 포구의 과거를 엿볼 수 있는 연천고랑포구역사공원이 지난달 10일 문을 열었다. 연천군 장남면에 자리한 공원은 고랑포 일대의 역사를 재현한 공간이다. 개성과 서울을 잇는 교통 요지였던 고랑포구는 1930년대에 백화점 분점과 우시장 등이 들어서 북적였다. 1층 전시관에서 고랑포의 옛 모습을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체험으로 흥미롭게 보여준다. ‘삶의 찰나’ 공간에는 1930년대 고랑포구와 화신백화점 분점·여관·생선 가게 등 저잣거리를 재현했다. ‘오감의 찰나’ 공간은 주상절리, 임진강 물길 등을 형상화한 놀이터다. 공원 앞마당에는 한국전쟁 당시 연천 전투에 참가한 군마 ‘레클리스’ 동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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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예술발전소를 찾은 시민들이 ‘문 플라워’ 작품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뜨는 예술 공간… ‘대구예술발전소’ ‘수창청춘맨숀’

대구 수창동에는 과거 전매청의 흔적인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와 사택이 있다. 리노베이션을 거쳐 대구예술발전소와 수창청춘맨숀으로 다시 태어났다. 연초제조창 별관 창고로 쓰인 대구예술발전소에서는 입주 작가들이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시민과 문화 공유를 꿈꾼다. 1∼2층에 마련된 전시 공간과 건물 곳곳에 예술 작품이 있다. ‘문 플라워’ 앞에서 인생 사진도 찍어보자. 연초제조창 사택으로 쓰인 수창청춘맨숀은 청년 작가들의 톡톡 튀는 예술 감각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사택의 방과 거실, 화장실 등이 전시 공간이자 공연장이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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