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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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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해안경비대 남중국해 온다…미·중 충돌 화약고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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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솔프함 등 미 해안경비대 함정 남중국해 배치

“남중국해 경제 수역 지키려는 작은 나라 돕겠다”

해군처럼 움직이는 중국 해상 민병대 단속할 듯

충돌 가능성 커지며 미·중 격돌의 화약고 될 전망

무역 갈등에서 시작한 미·중 충돌이 이젠 화약 냄새까지 나는 위험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미 해안경비대(USCG) 소속 함정들이 태평양 건너 남중국해까지 진출할 예정으로 이 수역에서의 '주권 사수'를 외치는 중국과 해상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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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안경비대가 태평양 너머 남중국해 파견을 결정한 버솔프함. 중국 해상 민병대 단속에 나설 것으로 보여 미중 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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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가 13일 미 블룸버그 통신과 필리핀 언론 등을 종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앞으로 남중국해에서 자신의 경제 수역을 지키려는 작은 국가들을 돕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말은 미 해안경비대 태평양지역 사령관인 린다 페이건 중장이 11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전화 회의에서 밝힌 것이다. 페이건 사령관은 “미 해군 7함대 지원을 위해 서태평양에 배치된 해안경비대 소속 버솔프함과 스트래턴함을 남중국해에 투입한다”고 말했다.

페이건 사령관은 또 “이들 함정이 남중국해 연안 국가들의 어업과 관련한 법 집행 능력을 강화할 것”이며 “해당 분쟁 수역에서 미 동맹국들의 주권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는 필리핀 언론은 “미국이 경제 수역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에 부닥친 작은 나라들을 도우려 한다”며 필리핀과 미국의 협력 하에 “며칠 안으로 스트래턴 함이 남중국해에 진입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 해안경비대는 미군을 구성하는 5군(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해안경비대) 중 가장 작은 군으로 전시엔 해군의 지휘를 받으나 평시엔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미 해안경비 및 구난 활동을 주로 한다.

미국이 그런 미 해안경비대 함정을 태평양 너머 남중국해에 파견하는 건 중국의 정규 해군을 상대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실제 해군처럼 움직이는 중국의 해상 민병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대만 단장(淡江)대학 전략연구소의 황지에정(黃介正) 교수는 “미국이 해안경비대를 이용하겠다는 건 미 해군이 직접 나서지 않는 차원의 저강도 대응 전략으로 중국의 해상 민병 조직과 무장한 중국 어선 등을 상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정규 해군보다는 실제 군인과 구별이 어려운 민간인들로 구성된 민병대를 주로 활용해 분쟁 당사국들에 맞서는 전략을 많이 구사해왔다. 미 해안경비대가 이들을 상대로 직접 작전에 나설 경우 충돌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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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롄항에 정박 중인 중국의 첫 항공모함 랴오닝함. 지난 10일 전단을 꾸려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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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우 남중국해가 자칫 미·중 격돌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 미·중은 최근 서로를 자극하는 해상 시위를 벌이며 긴장 수위를 높여왔다. 버솔프함은 지난 3월 미 구축함과 함께 대만 해협을 통과한 데 이어 4월에는 홍콩에 기항해 중국을 바짝 긴장시켰다.

미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분쟁을 겪고 있는 베트남 지원에도 적극적이다. 베트남 매체 VN 익스프레스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미 해안경비대는 베트남에 경비정 제공과 훈련 지원을 약속했다.

2017년 미국은 베트남에 내구성이 우수한 해밀턴급 경비정을 제공한 적이 있으며 하와이에선 베트남 해안경비대를 훈련시키기도 했다. 페이건 사령관은 베트남에 경비정을 추가 제공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또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국가들을 위해 남중국해 감시용 무인기를 판매할 계획이다. 로이터 통신은 앞서 3일 보잉사의 드론인 ‘스캔이글’ 34대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에 판매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미국의 대응은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이 지난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중국을 겨냥해 “남중국해 정세를 불안하게 하는 '행위자'가 있다”고 비난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도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환구시보는 미 해안경비대 함정의 남중국해 파견 목적은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갖고 있는 주권과 관할권에 대한 도전”이라며 “미국의 도발에 맞서 중국은 남중국해 방어체계 건설을 강화하고 부대를 단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해군 또한 미국을 자극하는 데 서슴지 않는 모습이다. 중국은 지난 10일 중국의 첫 항공모함인 랴오닝(遼寧)함 주축의 7척으로 구성된 전단을 꾸려 서태평양에 진출하는 훈련을 했다. 미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강하다는 해석을 낳았다.

랴오닝함은 2016년과 2018년에도 서태평양으로 나간 바 있는데 특히 2016년 때는 동해-동중국해-서태평양-남중국해 등으로 이어지는, 즉 대만을 크게 감싸고 도는 항로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과거 “태평양은 미·중의 이익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며 미국에 마치 태평양을 반분하자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그런 중국의 야심이 읽힌다는 해석을 낳았기 때문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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