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구제역 발생한 안성 지역
백신 의무화에도 접종 안해
공수의, 접종 안하고 돈 받아
신고 안한 '무적(無籍)' 소 적잖아
현장 불만·혼란 낳는 살처분 규정
이런 가운데 ‘탐사하다 by 중앙일보’가 구제역 방역망을 긴급 점검했다. 지난 1월 구제역이 발생해 소 등 2223마리를 살처분한 안성이다. 구제역은 국제수역사무국이 아프리카돼지열병과 함께 A급 질병으로 분류한 대표적인 가축 전염병이다. 발병하면 병에 걸린 소가 있는 농가를 중심으로 반경 500m 안에 있는 모든 소를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9년간 살처분에 따른 보상금(5월 기준)만 1조9744억원이었다.
‘무적(無籍)’인 소, 백신 접종을 안 한 소, 접종을 안 했으면서도 접종을 했다고 지원금을 받은 수의사…. 안성에서 살펴본 방역망은 곳곳이 허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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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부는 소규모 농가(50마리 미만)에만 백신과 백신을 접종할 공수의(정부에서 가축전염병 예방 업무를 위탁받은 민간 수의사)를 지원한다. 나머지 농가는 일부 백신 비용을 지원받고 농장주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구조다. 안성육우협회 유종현 회장은 “수의사에게 개별적으로 백신 접종을 맡기면 인건비로만 한 마리당 평균 7만2000원 정도 드는데 100마리면 일 년에 720만원, 1000마리면 7200만원”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백신 접종을 농장주는 물론이고 사료업체 직원들이 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사료업체 관계자는 “백신 접종 같은 처치를 하지 않으면 (사료) 영업을 할 수가 없다”며 “수도권의 한 영업 대리점에는 백신만 놓으라고 뽑은 직원이 5명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구제역 항체 양성률(4월 기준, 소)은 97.9%다. 하지만 안성에서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은 농가 2곳은 평소 백신 접종을 꾸준히 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찬희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구제역 백신 접종을 하다 다친 수의사도 있을 만큼 전문가가 해도 어렵다”며 “접종을 정확한 부위에 정확한 양을 해야 하는데 (비전문가가 접종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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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소·돼지는 모두 등록돼야 하는데=축산물 이력제에 따라, 소나 돼지는 출생부터 도축(사망)까지 당국에 신고, 관리된다. 고유번호가 적힌 귀표도 부착한다. 하지만 신고하지 않은 ‘무적(無籍)’ 소가 적지 않다.
수도권의 한 도축장에서 일하는 도축 검사원은 “죽은 소의 귀표를 무적 소에 달아서 도축하러 오기도 한다”며 “1000마리 중 1마리는 이력에 문제가 발견되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장주 입장에선 매매나 농장 변경 등으로 소를 이동할 때마다 전염병 검사를 하는 것이 귀찮고 자산인 소의 규모를 축소해 세금을 줄이려는 것이다.
안성에서도 살처분 한 소의 5% 정도가 무적 소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동물위생시험소 이영은 주무관은 “여러 군데 소를 사고파는데 이 과정에서 병든 소가 있으면 관리가 안 되고 검사도 빠지게 되면 전염병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구제역 살처분 보상금 추이. 자료=농림축산식품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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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살처분한 안성의 한 농가에는 최근까지 농가 안에 잔존물이 쌓여 있었다. 농장주에게 여분 땅이 없어서다. 이 농장주는 별도로 1320㎡를 임대료를 내고 빌려서 잔존물을 옮겼다.
채찬희 교수는 “외국에서 바이러스가 들어오지 않도록 철저한 검역은 물론이고 유입되었어도 감염 농장에만 국한되게 해야 한다”며 “백신이 100% 예방을 못 하더라도 질병 전파를 아주 많이 감소시킬 수 있으므로 백신 관리부터 이력관리까지 철저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주·문현경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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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제역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고 소‧멧돼지‧사슴 같은 우제류 동물에만 감염되는 가축 전염병이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70도에서 30분만에 파괴된다. 가열 조리 조건에서도 죽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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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이병률(병에 걸린 비율)이 높고 급성형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이다. 사람에게 감염되지 않고 돼지과 동물에만 감염되는데 물렁 진드기가 보균하고 있다가 돼지 등을 물어 전파하기도 한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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