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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애국·통합 역설한 文… ‘北 6·25 훈장’ 김원봉 언급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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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추념사 메시지 파장 / 진보 기득권화·보수 구태 지적 / 두 진영 모두에 사실상 경고장 / “한국당 협치 요구 메시지” 분석 / 조선의용대의 광복군 합류 거론 / 文 “김원봉 국군 뿌리” 거론 불씨 / 野 “역사의 관례 분별 못해” 비난

세계일보

‘진보·보수 함께가자’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꺼낸 화두는 ‘애국’과 ‘통합’이었다. 정치권의 잇따른 막말로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고, 문 대통령 역시 자유한국당을 겨냥해 “독재자의 후예”라고 지칭하며 국론 분열을 부추겼다는 일각의 비판을 감안한 키워드로 분석된다.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가장 큰 희생을 감내한 나라’로 미국의 역할을 강조해 일련의 한·미 갈등설을 불식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주의 계열의 약산 김원봉을 대한민국 국군의 한 뿌리이자 한·미 동맹의 토대로 평가한 부분은 정치권에선 새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6·25 순국 용사 등을 추모하는 국가 행사에서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북 정권으로부터 ‘6·25 공훈’으로 훈장까지 받은 김원봉을 공식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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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위패봉안관에서 재일학도의용군 및 애국지사의 위패를 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진보·보수 두 진영 모두를 향해 사실상의 경고장을 보냈다. 문 대통령이 “기득권에 매달린다면 보수든 진보든 진짜가 아니다”라고 말한 대목이 대표적이다. 이는 국민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데도 진보세력은 현대중공업 파업·폭력 사태 등에서 보듯 기득권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한국당 역시 5·18망언 등 과거의 구태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 대신에 “기득권이나 사익이 아니라 국가공동체의 운명을 자신의 운명으로 여기는 마음”을 ‘애국’으로 정의한 것도 진보와 보수 양쪽의 기득권 집착과 맞물려 우리 사회의 갈등이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한국당의 장외투장으로 국회가 멈춰 서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날 추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한국당 대표에게 협치를 요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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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산 김원봉.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광복군 창설과정을 언급하면서 임시정부 시절 좌우합작뿐만 아니라 무정부주의 세력인 한국청년전지공작대와 사회주의 계열인 약산 김원봉 선생의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합류한 사실도 언급했다. 진보와 보수의 힘을 통합해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상식의 선 안에서 애국을 생각한다면 우리는 통합된 사회로 발전해갈 수 있을 것”이란 취지에서다. 문 대통령은 “(좌우가) 통합된 광복군 대원들의 불굴의 항쟁의지, 연합군과 함께 기른 군사적 역량은 광복 후 대한민국 국군 창설의 뿌리가 되고 나아가 한·미동맹의 토대가 됐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한국전쟁 당시 미국 참전용사 3만3000여 명이 전사하고 9만2000여 명이 부상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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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6일 오전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4회 현충일 추모식에서 6·25 전장으로 떠난 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김차희(93) 씨의 편지 낭독을 듣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추념식에서 손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1950년 8월10일 학도병으로 입대해 같은 해 10월 백천지구 전투 중 전사해 유해조차 수습하지 못한 남편 성복환 일병에게 보내는 김차희(93)씨의 편지를 낭독할 때였다. 또 지난달 청해부대 최영함 입항 행사 중 사고로 순직한 최종근 하사의 부모에게 직접 분향을 권하기도 했다. 현충일 추념식에서 대통령 내외가 하는 대표 분향을 순직 유공자의 부모가 한 것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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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논란 없게… 문재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왼쪽)가 6일 현충일 추념식에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김 여사는 지난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황 대표와 악수하지 않고 지나치면서 ‘패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뉴시스


야권은 문 대통령의 김원봉 관련 발언에 강하게 반발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독립과 건국이라는 역사의 갈래를 분별하지 않고, 또한 6·25전쟁이라는 명백한 북의 침략전쟁을 부각시키지 않다보니 1948년 월북해 조국해방전쟁, 즉 6·25에서 세운 공훈으로 북한의 훈장까지 받고 북의 노동상까지 지낸 김원봉이 졸지에 국군 창설의 뿌리, 한·미 동맹 토대의 위치에 함께 오르게 됐다”며 “이 정부에서 김원봉에게 서훈을 안기기 위한 눈물겨운 노력은 보훈처를 넘어 방송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준·이창훈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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