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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영상] 추모식 연 헝가리인들 “우리의 애도를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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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 참사 현장]

흰꽃과 촛불 들고 “비극적인 일” 눈물 보이기도

“70년 만의 전복 사고…다뉴브강에 배가 너무 많았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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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현지 시간) 오후 7시 헝가리 부다페스트 주헝가리 한국대사관 앞. 150여명의 헝가리 시민과 한국 교민들이 검은 옷을 맞춰 입고 모였다. 이들은 흰 꽃과 촛불을 들고 사고로 7명이 숨지고 19명이 실종된 다뉴브강 유람선 ‘허블레아니’ 참사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열린 ‘조용한 추모식’은 전날 헝가리인인 크리스티나 야카브(50)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야카브는 “우리 가슴 속 깊은 연민으로 한국과 희생자의 가족에게 모든 헝가리 사람들을 대표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하고자 한다”며 “31일 오후 7시 한국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조용한 추모식에 모두를 초대한다”고 썼다. 그는 “(촛불 추모 집회에) 최대한 많이 와 주시고 하얀 꽃과 촛불을 갖고 오라”며 “우리의 사랑과 애도를 보여주자”고 호소했다.

집회는 별도의 발언없이 저마다 준비해온 하얀 꽃과 촛불을 대사관 앞에 놓아두고 대사관 쪽을 바라보며 희생자를 추모하다 자리를 뜨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장에서 만난 야카브는 “헝가리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과 같은 형제다. 우리는 한국에서 있었던 세월호 참사 때도 기도를 많이 했다”며 “한국 사람들이 이 사고 때문에 헝가리와 부다페스트를 싫어할까 봐, 그래서 친구와 함께 이 자리에 모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 헝가리에 와서 이렇게 나쁜 일이 생겼다”며 “저도 누구의 엄마이자 아내이자 이모다”라며 “말하기 힘들 정도로 슬프다”라고 말했다.

대사관 앞 벽 한쪽은 곧 시민들이 가져온 꽃과 촛불로 가득 찼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헝가리 시민들과 한국 교민들은 대사관 언저리에 머물며 낮은 목소리로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몇몇 이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복을 입고 현장을 찾은 헝가리인 토스 모니카는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고 있고 부다페스트에 많은 한국 친구들이 있어서 여기에 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은 이유에 대해 모니카는 “백색 한복이 한국에서 슬픔을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 사람들을 추모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서, 한국 사람들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 이 옷을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머르기트 다리에 자주 가는데 강에 너무 많은 배들이 떠다니곤 했다. 그래서 위험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아주 끔찍한 사고였다”고 말했다.

역시 한국문화원에서 공부하고 있고 한국에도 여러 번 방문했다는 에디 스차이카(52)도 “사고 전에 비가 왔고 아주 추웠고 물 온도도 많이 낮다. 슬프고 비극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유속이 빠르기 때문에 실종자가 아주 멀리까지 갔을 것 같다. 사람들이 살아있기를 바라고 싶다”고 말했다. 스타가 하는 “헝가리에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을 좋아한다”며 “한국 문화는 아주 특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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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부터 부다페스트에 살면서 현지 선교사로 일하고 있는 김흥근씨와 서명희씨 부부도 추모 현장을 찾았다. 김씨는 “헝가리인들이 다뉴브강에서 거의 70년 만에 일어난 전복 사고여서 안타까워하고 미안해 하고 있다”며 “사고가 나기 하루 전에도 다뉴브강에서 배를 탔는데, 평소 다뉴브강은 워낙에 평온하기 때문에 그렇게 사고가 나겠다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현지 한국인 교민도 “너무 슬프다. 여기 온 탑승객 엄마들에게 조용히 드실 거라도 살펴서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인 단체여행객 33명 등 35명이 탄 소형 유람선 ‘허블레아니’는 29일(현지시각) 밤 9시5분께 다뉴브강에서 근처를 지나던 대형 크루즈선과 부딪혀 침몰했다. 이번 사고로 유람선에 타고 있던 한국인 7명이 숨졌다. 1일 현재까지 7명이 구조됐지만, 19명은 아직도 실종 상태다. 영토 밖에서 발생한 한국인의 안전 사고로는 전례없는 규모다. 헝가리인 선원 2명도 실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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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다페스트/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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