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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애타는 가족들이 마주한 건…무심한 강물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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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가족 10명, 현지 도착

사고 현장 바라보며 눈물만

34명의 가족들도 뒤이어 출국



경향신문

공항 도착한 피해자 가족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의 유람선 사고 피해자 가족들이 31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공항에 도착해 사고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부다페스트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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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가족들은 끝내 오열했다. 18시간 이상 걸려 도착한 타국에서 그들이 마주한 건 가족의 얼굴이 아닌 무심하게 흐르는 강물이었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은 31일 오후 2시30분(현지시간)쯤 사고 현장인 머르기트 다리 부근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이날 오전 1시쯤 출국한 10명의 가족들이 먼저 현지에 온 것이다.

사고가 난 지 하루 반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날씨는 그날과 달리 쾌청했다. 조깅하는 현지인들의 모습에선 지난밤의 참사를 떠올리기 힘들었다. 불어난 강물은 전날 장대비의 흔적이었다. 현지 경찰과 잠수부들이 대기하는 천막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구급차도 여러 대 대기중이었다. 피해자 가족들은 불어난 강물을 보며 울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누군가는 서로 부둥켜안았고, 누군가는 그들의 어깨를 감싸며 위로했다. 가족들은 현장에서 한국 측 구조대로부터 구조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도 한참 동안 강을 지켜본 뒤 현장을 떠나 숙소로 향했다.

가족들은 비행기 내에서도 내내 침통한 표정이었다. 일부는 울음을 참지 못하기도 했다.

침몰된 유람선에는 한국인 단체여행객 30명과 인솔자 1명, 현지 가이드 1명, 현지 사진작가 1명 등 33명의 한국인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중 7명이 사망했고, 19명이 실종 상태다. 구조된 사람은 7명이다.

가족들 34명도 뒤이어 여러 항공편으로 나눠 이날 부다페스트로 향했다. 오전 1시쯤 출국한 10명 외에도 오전 10시15분에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3명, 낮 12시50분에 출발하는 두 항공편으로 20명, 오후 1시20분에 출발하는 항공편으로 10명이 출국했다. 피해자 가족 1명은 미국에서 헝가리로 향했다.

여행사 ‘참좋은여행’ 측에 따르면 주말인 1일과 2일에도 사고 현장에 가겠다고 요청한 가족들 5명이 여행사 직원의 인솔 아래 헝가리로 출국할 예정이다.

출국을 위해 이날 오전 11시쯤 인천공항에 도착한 피해자 가족들은 연신 침울한 표정이었다. 심정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가족들은 손만 내저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한 여성은 애써 울음이 터지려는 것을 참으면서 버티는 모습이었다. 한 젊은 남성은 공항 내 의자에 앉아 목 놓아 울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헝가리 현지 사고 현장 관련 뉴스를 찾아보며 한숨을 쉬고 있었다.

부모와 누나, 6세 조카가 실종된 상태인 김모씨는 “헝가리 현지 동영상을 봤는데 정말 (구조가) 힘들겠다 싶었다”며 “그래도 직접 생사를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까지 배웅 나온 친척들은 그런 그에게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과 공항에 동행한 한 남성은 출국을 앞둔 가족의 손을 잡고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 밥 잘 먹고 잘 다녀오라”고 당부했다. 피해자 가족은 아무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아무 할 말이 없다”고 손사래를 치며 취재진을 피했다.

여행사 직원 10명도 피해자 가족들과 동행해 사고가 발생한 현지까지 가족들을 인솔했다.

참좋은여행 이상무 전무(최고고객관리책임자)는 이날 오전 8시 언론브리핑에서 “회사에서 파견한 직원 14명이 현지시간으로 30일 오후 8시쯤 공항에, 사고 현장에는 오후 9시15분에 도착했다”며 “외교부를 중심으로 사고 수습에 전념하고 여행사는 가족분들을 돌보는 형태로 역할을 분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다페스트 |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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