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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뉴스분석] 현대중공업 주총, 장소 변경해도 효력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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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 노조 “의결 사항 무효”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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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주주총회날인 31일 오전 현대중공업 노조가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한마음회관 앞에서 회사 측과 노조 측이 대치하고 있다. 울산 =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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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 중인 현대중공업이 31일 주주총회를 열고 중간지주사 설립을 승인했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일단 중간지주사부터 물적분할해야 한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임시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분할계획서 승인 ▶사내이사 선임 등 2개의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했다. ▶물적분할 승인한 현대重

물적분할 안건이 통과했지만, 노사 양측의 입장은 여전히 팽팽히 갈린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 지부(현대중공업 노조)가 “중대한 절차위법”이라며, 여기서 통과한 안건이 무효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원래 울산광역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 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 계열 노조원의 농성·점거가 시작되자 예정된 주주총회 시간 30분 뒤 급박하게 장소를 변경했다. 결국 현대중공업 제1차 임시주주총회는 이날 오전 11시10분 울산 남구 울산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렸다.

“부득이한 사정 인정되면 변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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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 울산대 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 주주총회. [사진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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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가 자유로운 의견을 표명하려면, 최소한 주주총회 시간·장소는 사전에 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법이 2주간 전에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규정하고 있고, 현대중공업 정관 제18조도 소액주주에게도 2주 전 주주총회 소집 통지를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이에 대해 이에 대해 장정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관계지원팀장은 “판례에 따르면, 당초 소집장소에서 주주총회를 개최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경우 소집권자가 예외적으로 주주총회 시간·장소를 변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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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에 남겨진 임시주주총화 참석자 현황 문서.울산 =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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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동자는 우리사주조합을 통해 약 3%의 현대중공업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때문에 이들은 갑작스러운 주주총회 시간·장소 변경으로 주주들의 역할 행사에 제약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의 자유로운 참석조차 보장되지 못한 주주총회는 결코 적법하지 않다”며 “따라서 위법한 주주총회에서 통과된 안건 역시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회사 분할을 결정한 이번 주주총회의 의결사항이 무효라는 주장이다.

변경고지·이동조치 여부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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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현대중공업의 회사분할 안건이 올라온 주주총회 개회를 저지하려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울산 무거동 울산대학교 내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울산 = 오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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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원은 ▶원래 주주총회 소집장에서 시간과 장소 변경을 고지했고 ▶변경한 장소로 주주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한 경우에는 장소·시간을 바꿔서 주주총회가 열리더라도 의결한 사항을 인정하고 있다.

홍장관 현대중공업 대외협력팀 과장은 “31일 한마음회관 인근 현대중공업 본사 건물 내·외부에서 플랜카드와 유인물, 현수막을 통해 시간·장소 변경 사실을 고지했고, 현장에서 스피커폰·확성기 등 상당한 방법으로 임시 주주총회가 어디서 몇 시에 열리는지 알렸다”며 “따라서 이번 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사항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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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은 주주총회 장소를 변경하기 앞서 금융감독원에 이 사실을 공시했다. 문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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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2000년 KB국민은행이 신임 행장 선임에 대한 안건을 주주총회에 상정했을 때, 행사장소를 변경한 적이 있다. 당시 시간·장소가 달라진 상황에서 KB국민은행 주주총회가 안건을 처리했지만, 법원은 여기서 의결한 사항이 적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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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현대중공업 주주총회가 열린 울산대학교 체육관이 아수라장으로 변해 있다. 울산 =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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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번 주주총회는 총주식수의 72.2%(5107만4006주)가 참석해서, 안건별 찬성률이 최소 94.4%에서 최대 99.9%였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이날 참석하지 않았던 모든 주주가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반대 의사를 밝혔더라도, 투표 결과가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주에게 보장된 주주총회 참석권·의견표명권은 지분율이나 의결력과 무관하게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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