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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헝가리 유람선 참사] “저가 상품은 대형 크루즈 못 태워…이런 일 생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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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가이드가 본 다뉴브강 비극의 이면
한국일보

헝가리 소방대원들이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29일(현지시간) 침몰한 허블레아니호 승선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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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행사들은 저가 패키지 경쟁이 너무 심합니다. 무조건 여행비를 낮춰 고객을 유치하는 구조에선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어렵습니다. 선상 투어를 한다고 하면 최대한 싸게 배를 띄워 줄 그런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헝가리 유람선 참사’에 대해 덴마크에서 여행 가이드 일을 하는 김모(36)씨는 31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 번은 이런 큰 사고가 터질 줄 알았다”고 했다.

김씨는 통화 내내 한국 여행사가 운영하는 저가 패키지 여행 상품에 문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 여행사들의 동유럽 저가 패키지 상품 가격은 7박 9일 기준 200만원 안팎이다. 항공료와 숙박비는 물론 현지 관광 비용까지 모두 포함된 가격이다. 여행사로선 이 돈만 받고 마진을 남기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는 “한국 여행사들은 저가에 상품을 팔고 나머지는 현지 관광을 시켜줄 작은 여행사에 맡기는데, 현지 여행사들도 수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옵션으로 들어간 쇼핑 투어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다”면서 “당연히 ‘최대한 싼 비용’으로 관광을 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헝가리에서 진행하는 야경 투어를 보면 한국 여행사들은 견적을 싸게 부르는 업체만 찾는다”고 했다. 여행객들이 낸 돈으론 애초에 크고 비싼 배를 빌릴 수 없고, 비싼 배에 태우려면 쇼핑 투어를 더 돌려야 하는데 여행객들이 따르지 않으니 싼 업체 말곤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낡은 배여도 야경 투어에 문제는 없겠지만 좋은 배에 견줘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에선 한국처럼 저가 패키지 경쟁이란 게 없기 때문에 여행사가 기상이 안 좋은 데도 무리해서 배를 구해 여행객을 태우지는 않는다”면서 “유럽 여행객들 중에도 일부는 저가 유람선을 타지만 대부분은 대형 크루즈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29일(현지시간) 오후 9시쯤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대형 크루즈선이 한국인 승객을 태운 유람선 허블레아니호 후면을 추돌(빨간색 원)하고 있다. 이 사고로 허블레아니호는 7초 만에 침몰했다. 헝가리 ATV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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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은여행사 한 곳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얘기다. 김씨는 “현지 가이드가 수익을 남기기 위해 여행객을 상대로 쇼핑 옵션에 목숨을 걸고 비용을 낮추기 위해 무리하게 여행 일정을 짜는 건 국내 저가 여행사들의 공통점”이라며 “이번에 사고가 나지 않았어도 언젠가 다른 여행사에서 비슷한 사고가 터졌을 거라는 현지 가이드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참좋은여행사 관계자는 “단체 할인을 받아 싸게 배를 구한 것이지 그렇게 싼 배가 아니다”며 “경차 몰고 가는데 덤프 트럭이 박는 건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다. 이번 사고는 가해 선박이 있는 해양교통사고이지 저가 선박과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kokilbo.com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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