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9 (금)

외교부 "한미정상 통화유출 강효상·외교관 형사고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오전 국회에서 이해찬 당 대표, 조정식 당 정책위의장, 조세영 외교부 제1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를 열고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에 대한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외교부가 3급 비밀에 해당하는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유출한 간부급 외교관 K씨와 기밀 유출 원인을 제공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을 형사고발하기로 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8일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외교 기밀을 유출한 직원에 대해서는 형사고발하기로 결정했다"며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강 의원에 대해서도 형사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전날 조세영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보안심사위원회를 개최했으며, K씨와 K씨가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을 열람할 수 있도록 관리를 소홀히 한 직원 두 명 등 총 세 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결정했다. 중징계에는 해임, 파면, 정직 등이 있다.

징계 대상 중 한 명은 고위 외무공무원이기 때문에 중앙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며, K씨와 나머지 직원 한 명은 30일 오전 열리는 외무공무원 징계위원회에서 징계 수위가 결정될 예정이다.

K씨는 이날 "강 의원에게 어떤 의도를 갖고 해당 내용을 전달한 게 아니었으며, 다른 비밀이나 대외비 정보를 알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K씨 측 법률대리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배포한 설명자료에서 "강 의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5월 방한설에 관해 물으며 '자신만 참고하겠다'는 취지로 판단 근거를 요구했고, 이때 구체적인 한미 정상 간 대화 내용을 유출했다"고 설명했다.

K씨 측은 "강 의원이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고, 이를 정쟁의 도구로 악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으며 더욱이 '굴욕외교'로 포장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설명은 국회의원의 정책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었을 뿐"이라면서도 "업무수행 과정에서 분명 잘못을 저지른 점을 조사 초기부터 인정했고, 이로 인한 징계와 책임을 달게 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이날도 한미 정상 간 통화 내용 유출 논란과 관련해 날이 선 공방을 이어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신속한 수사와 사법처리를 강조하면서 강 의원과 한국당을 강력 규탄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외교안보통일자문회의에서 "강 의원은 개인의 영달을 위해 한미 정상의 신뢰를 훼손하고 굳건한 한미동맹을 정쟁 도구로 삼았다"며 "한국당이 비호하는 듯한 입장을 내놓는 것을 보면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1야당이 관여한 행위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자문회의 의장인 원혜영 민주당 의원도 "강 의원의 외교 기밀 유출은 정말 충격적이다. 정부를 흠집 내기 위해 한미동맹을 정면으로 위협하는 범법행위까지 서슴없이 저질렀다"며 "입만 열면 한미동맹 중요성을 부르짖던 한국당이 강 의원을 감싸고도는 것은 지금까지 보인 모습이 모두 다 국민 기만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외교상 기밀을 누설하는 자를 군사상 기밀 누설죄에 준해 처벌하도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한국당에 대한 압박을 더했다.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외교상 기밀 누설죄의 처벌 수위를 현행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군사상 기밀 누설죄에 준하도록 10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로 높였다.

외교상 기밀을 누설하는 것이 북핵 문제를 비롯한 한반도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국가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다는 게 이유다.

통화 내용 유출 논란과 관련해 한국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논란의 당사자인 강 의원은 "정권의 야당 의원 탄압"을 주장하며 '마이 웨이' 행보를 이어갔다.

강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입장문을 보내 "문재인 정권이 눈엣가시 같은 야당 의원 탄압 과정에서 억울한 희생자를 만들려는 작태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날) 저녁 뉴스를 보니 친한 고교 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밝혔다.

그는 "현 정부 들어 한미동맹과 대미 외교가 균열을 보이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라며 "왜곡된 한미 외교 실상을 국민에게 알린 야당 의원의 당연한 의정활동에 대해 기밀 운운으로 몰아가는 것은 가당찮은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판례에서도 기밀은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정말 제한적으로 적용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며 "정부·여당이 얘기하는 1~3등급의 자의적이고 행정 편의적인 분류가 아니다. 일본에 오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에 오라고 초청하는 것이 상식이지 기밀이냐"고 따져 물었다. 유출된 내용은 기밀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어 그는 "부당한 처벌이나 인권침해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해서도 단호히 대처하겠다. 끝까지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고재만 기자 / 홍성용 기자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