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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8 (토)

[라이프 트렌드] 건보공단-의료계 대립 8년째…요양급여 문제에 마침표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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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개소법 위반한 의료기관

요양급여 환수 놓고 법정 다툼

오는 30일 대법원 확정 판결

헌재 위헌 여부 결정에도 영향

의료업계 해묵은 논쟁
병원과 원장이 의료법은 위반했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으로부터 받은 요양급여까지 토해낼 필요 있을까. 최근 ‘그럴 것까지는 아니다’란 판결이 내려지면서 대법원이 오는 30일 예고한 1인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환수 처분에 대한 최종 판결에 업계는 촉각을 세우고 있다. 8년째 이중개설 의료기관과 요양급여를 두고 벌어진 건보공단과 의료계의 첨예한 대립이 이날 종지부를 찍을 전망이다.

중앙일보

건보공단과 의료계가 요양급여를 두고 대립을 이어온 건 2012년 의료법 33조 8항 1인1개소법이 개정되면서부터다. 1인1개소법은 1990년대 초 우리나라에서만 제정된 법이다. 원래 의사가 한 장소에서만 진료하게 한 법이다. 의사 수가 부족했던 당시 의사가 아닌 사람(간호사 등 무자격자)이 불법으로 진료 현장에 투입될 우려를 막기 위한 조처였다. 그런데 네트워크 병원이 등장하면서 경쟁력이 떨어진 개원가에서 1인1개소법에 대해 봉기했다. 대한치과의사협회는 양승조 국회의원과 함께 2012년 이 법의 개정을 추진했다. ‘개설’에 한한 법률조항에 ‘운영’을 추가한 것이다. 가령 의사 세 명이 한 건물, 한 장소에 개원할 수 있지만 각각 세 개 지점에서 공동 창업 또는 운영할 수 없다. 한 장소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의료계 일각에선 1인1개소법이 구시대적 발상이며 진료비 고가 담합의 도구로 오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건보공단 “법 어긴 병원은 돈 반환해야”


건보공단은 1인1개소법을 위반한 의료기관에 대해 요양급여를 환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선 반대 목소리를 낸다. “의사 간 동업은 과거에도 인정돼 온 부분이며 설사 현행 의료법을 위반한 게 맞더라도 요양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정당한 의료인의 진료 행위를 부정하는 것이므로 부당하다”는 것이 이들의 항변이다.

첨예한 대립을 이어온 이 문제에 대해 그동안 법원은 1인1개소법을 위반해 의사가 의료기관 두 곳을 운영하다가 처벌받았다 하더라도 정상적으로 진료한 급여비까지 환수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중개설로 병원 폐쇄나 허가 취소가 나기 전까진 적법한 의료기관으로 인정해 청구 금액을 주는 것이 법리적인 균형에 맞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9일 의료기관을 이중으로 개설해 의료법(제4조 제2항, 제33조 제8항)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건보공단이 국민건강보험법(제57조 제1항)에 따라 해당 요양기관 개설자에게 요양급여비용을 환수 처분한 것을 취소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서울지방경찰청이 의료법 위반(이중개설) 혐의로 A병원을 조사하면서 시작됐다. 경찰은 해당 병원장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건보공단에 통보했고, 공단은 그간 지급한 급여비 57억원에 대해 환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원장은 이에 대해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재판부는 “병원과 원장이 의료법을 위반한 사실은 분명하지만 이 병원이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를 청구할 수 있는 주체에 해당하지 않는 건 아니다”며 “이들이 받은 요양급여가 속임수나 부당한 방법에 의한 부당·허위 청구도 아니다”고 판결문에 못박았다. 이중개설된 의료기관이더라도 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임은 분명한 데다 부당·허위 청구가 아니라면 환수 처분을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법은 당연지정제를 통해 형사책임까지 지도록 하며 의료기관에 의무를 강제하는 반면 마땅히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하나의 의무를 인정하면서 권리는 부정하게 된다면 당연지정제의 취지에 어긋난다”고도 설명했다. 당연지정제란 현재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걸 개개의 병원이 거부할 수 없게 한 제도를 말한다.

법조계 일각 “환수 처분 취소 가능성도”


30일 대법원의 판결을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1인1개소법 위반 의료기관의 요양급여 환수 처분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유사 소송의 고등법원 판결이 많이 쌓여 있고 이런 판결을 뒤집을 만한 법리적 허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계 일각에선 “의사의 정당한 진료 행위는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유지되고 의료 산업도 발전한다”고 주장했다.

다가오는 대법원 판결은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인1개소법 위헌법률심판의 위헌 판결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할 ‘요양급여 환수 취소 소송’과 헌법재판소에 계류 중인 ‘1인1개소법 위헌법률심판’은 사실상 본질이 같다”며 “대법원에서 요양급여 환수 조치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헌재에서도 위헌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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