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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설왕설래] ‘타다’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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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1995년 4월13일. 이건희 삼성 회장은 베이징에서 작심한 듯 말했다. “행정규제와 권위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21세기에 한국은 일류 국가가 될 수 없다.” “우리나라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관치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다. 발칵 뒤집혔다. “어디 겁도 없이, 기업 한다는 작자가….” 방귀깨나 뀌는 정치인과 관료치고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정치인과 관료들. 자신이 4류, 3류인 것을 몰랐을까. 매일 쏟아지는 신문 비평은 그들이 3, 4류임을 말하고 있지 않았던가. 하지만 4류의 면전에서 “넌 4류”라고 손가락질하면 큰 상처를 입는다. 특히 국민을 ‘우매한 조작대상’쯤으로 아는 사람일수록.

비슷한 일이 또 터졌다. 이재웅 쏘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이분은 왜 이러시는 걸까요. 출마하시려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앞서 렌털서비스 ‘타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는 이 대표를 향해 “무례하고 이기적이다”,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한 것을 두고 쓴 글이다. 이찬진 포티스 대표도 거들었다. “부총리님을 비판하면 상당히 무례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되는 거군요.”

논박은 이어진다. 최 위원장, “혁신의 승자들이 패자를 이끌고 함께 걸을 수 있길….” 이 대표는 반박했다. “혁신에 승자와 패자는 없다. 혁신은 우리 사회 전체가 승자가 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있을 뿐.”

험한 비판은 왜 나올까. 말로만 외치는 혁신. 혁신다운 혁신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경제 형태는 바뀌고 있다. 공유경제가 그중 하나다. 우버, 에어비앤비…. 우리나라에서는 싹도 틔우지 못했다. 왜? 19세기 초 일자리를 빼앗길까 봐 방직기계를 때려 부순 것과 닮은 현상이 벌어진다. 그 미래는? 성장의 불은 꺼지지 않을까. 스타트업 기업인의 가슴은 답답하다.

험한 비판의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청와대의 앵무새’로 변한 고위 관료들. 국민경제를 수렁에 빠뜨리는 소득주도성장 문제를 거론하는 관료는 없다. 기업인들 눈에는 어찌 비칠까. “그들은 4류도 아니다!”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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