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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울먹이며 돌아선 메이…"英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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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사퇴 발표하며 울먹이는 메이 영국 총리
(런던 AFP=연합뉴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24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울먹이고 있다. leekm@yna.co.kr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로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은 인생의 영광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돼 아주 큰 고마움을 가지고 일해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평소 무표정하고 고지식한 이미지 때문에 비판자들로부터 '메이봇(메이+로봇)'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24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총리직 사퇴 성명을 마무리하면서 메이 총리는 결국 울먹임을 감추지 못했다. 성명 마지막을 읽은 메이 총리는 이내 눈물을 보이며 총리 관저로 서둘러 돌아섰다.

앞서 오전 10시께 메이 총리는 다우닝가 10번지의 총리 관저 앞을 걸어 나왔다.

이어 담담하게 준비한 사퇴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부터 이어져 온 사퇴 관측을 공식화하는 순간이었다.

메이 총리는 "총리로서 내 뒤에 있는 문을 걸어 들어간 순간부터 영국이 단순히 소수의 특권계층이 아닌 모두의 나라가 되도록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2016년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영국 국민이 예측을 깨고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해 분투했다고 설명했다.

메이는 "민주주의에서 국민이 결정하면 이를 이행해야 한다"면서 "우리의 가장 가까운 이웃인 EU와 탈퇴 조건 및 미래 관계에 대해 협상해 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후 EU와의 합의안을 하원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지만, 불행히도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오는 6월 7일 보수당 대표에서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완수하지 못한 것은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깊은 후회로 남을 것"이라며 "내 후임자는 국민투표 결과를 지킬 수 있도록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은 이루지 못했지만 후임 총리는 의회 내에 의견합의를 이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관여하는 모든 이들이 양보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독일 나치에 의해 억류된 수백명의 아동들을 구한 인도주의자 고(故) 니컬러스 윈턴 경과의 대화를 소개했다.

메이 총리는 자신의 지역구에 살던 윈턴 경이 몇 년 전 자신에게 "타협(compromise)은 '더러운 말'(dirty word)이 아니다. 인생이란 타협에 달려있다"고 말한 것을 소개하면서 "그가 옳았다"고 밝혔다.

메이는 이어 자신의 재임 기간 추진해 온 정책들을 소개했다.

전임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시절부터 추진해 온 적자 및 국가채무 감소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긴축정책을 종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전역에서 좋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도록 노력했고, 청년층이 그들의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집을 가질 수 있도록 더 많은 주택을 지었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등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 대응에도 앞장서왔다고 전했다.

국민보건서비스(NHS) 개선, 지역 간 재정불균형,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한편 2017년 발생한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조사를 실시했다고 덧붙였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를 완수하고, 대중이 원하는 정책을 수행하면서 보수당이 앞으로 새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메이는 "배경이나 피부색에 상관없이, 누구를 사랑하든지 간에 관계없이 우리는 단결해왔으며, 그럼으로써 우리에게는 밝은 미래가 있다"며 "비록 우리 정치권이 긴장상태에 있지만 이 나라는 좋은 것과 자랑스러워해야 할 것이 매우 많다. 낙관할 것도 많다"고 강조했다.

이때까지 담담함을 유지하던 메이 총리의 목소리는 자신이 두 번째 여성 총리였지만 마지막 여성 총리는 아닐 것을 확신한다는 말을 하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메이 총리는 결국 마지막으로 자신이 사랑했던 나라를 위해 봉사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고 말하면서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 수많은 기자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메이 총리의 돌아선 뒷모습을 조용히 지켜볼 뿐이었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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